외자유치 반면교사 삼아 '새옷'…제주헬스케어·예래단지 기지개

입력 2024-06-17 11:00  

외자유치 반면교사 삼아 '새옷'…제주헬스케어·예래단지 기지개
4조원 규모 외자유치 사업으로 주목받았으나 '중단'
'9년 표류' 예래단지, 토지 추가보상 50% 완료…사업계획 재편
헬스케어센터, JDC가 중국측 자산 인수해 정상화…전문병원·시니어타운 연계



(제주=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헬스케어타운 등 길게는 9년 가까이 멈춰있던 제주도의 개발 사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토지 수용을 둘러싼 분쟁으로 중단된 예래 휴양단지는 그간 달라진 제주도 상황을 고려해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 문화·예술 공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발 계획을 다시 짠다.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았다가 자금난과 국내 첫 영리병원 설립 무산으로 방치된 제주헬스케어타운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인수해 되살린다.

◇ 추가 토지보상 시작하며 볕든 예래휴양단지 사업
지난 13일 찾은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1단계 사업지 인근.
중문관광단지 바로 옆, 해안가 최적의 조망권을 확보한 언덕 위 땅에 2층짜리 콘도 147개 동이 늘어서 있다.
한 채도 같은 모양이 없도록 건물을 디자인했기에 완성됐다면 그리스 산토리니가 연상되는 휴양지 빌라 단지가 됐을 수 있다.
그러나 2015년 7월 공정률 65%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되면서 회색빛 콘크리트 벽체를 드러낸 채 흉물처럼 남아 있다.
김재일 JDC 관광사업처 휴양단지팀장 "예래 휴양단지는 제주도의 개발 가능지 중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바닷가에서 가장 근접한 땅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래 휴양단지는 제주 외자 유치 1호 사업으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도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대를 모은 2조5천억원 규모 프로젝트다.
2017년까지 호텔, 콘도, 쇼핑센터, 공연장 등을 조성해 세계적 수준의 휴양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7년 토지를 강제 수용당한 일부 토지주들이 JDC와 제주도를 상대로 토지수용 재결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15년 대법원이 '토지 강제수용 무효' 판결을 내리며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버자야그룹은 2020년 6월 JDC로부터 배상금 1천250억원을 받고 철수했다.



이 사업에 볕이 든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법원 조정으로 JDC가 토지 소유권 분쟁을 끝내기 위한 추가 보상을 시작하면서다. 10여년 전 토지 수용 당시 지급한 땅값과 현재 법원 감정평가액 차액을 토지주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각 토지는 개발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으로 가정했다.
JDC는 지금까지 추가 보상 총액 740억원 중 50.1%(371억원)를 지급했다.
올해 말까지 70% 이상을 집행하고, 새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게 목표다.
김재일 팀장은 "망설이고 있거나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토지주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중에는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한다.
기존 예래 단지 사업계획이 높은 호텔 건물을 올리고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개장하는 등 '수익성'에 맞춰져 있었다면 새 사업계획은 공공성이 위주가 될 것이라고 JDC는 밝혔다.
기존 계획에서는 콘도 등 숙박시설 용지가 56.2%였다면 새 계획에서는 주거시설용지를 26.2%로 놓고 글로벌 워케이션센터(기업 연수원·R&D 시설, 공유 오피스 등) 11.3%, 휴양문화시설(미술관·박물관·문화예술공간 등) 17.9%, 상업시설 용지를 2.1%로 재설정했다.
분양 전 공사가 중단된 콘도 건물을 재활용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JDC는 사업 재추진 때 활용 가능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2020년 12월 콘도 건축물 전체에 대한 구조안전진단을 한 결과 간단한 보수를 하면 재사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 중국 투자자 자산 인수해 헬스케어타운 재개
같은 날 찾은 제주 헬스케어타운은 서귀포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서귀포시청에서 차로 10분 거리라 접근성이 좋다.



그러나 47만평의 광활한 부지에서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JDC가 직접 투자한 의료서비스센터뿐이다. 여기에 입주한 KMI한국의학연구소 제주검진센터에서 지난해 1만3천여명이 건강검진을 받았다.
센터 바로 옆 400실 규모 콘도는 '완판'됐지만, 분양 받은 중국인들이 찾지 않아 썰렁한 상태다. 오래전 공사가 중단된 호텔 건물은 철근을 그대로 드러낸 채 방치돼 있었다.
예래 휴양단지가 토지 분쟁으로 중단됐다면 헬스케어타운은 자본을 투입하기로 한 중국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사업이 중단된 사례다.
중국 녹지그룹이 1조130억원, JDC가 5천494억원 등을 투자해 총 1조6천억원 규모로 병원과 휴양 콘도미니엄, 호텔, 상가를 지으려 했으나 2017년 사업이 멈춰 섰다.
경제 상황이 나빠진 중국 정부의 외환 반출 억제정책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중 관계가 고비를 맞은 여파다.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추진 계획을 놓고는 의료 공공성이 훼손된다는 반발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공사 중단이 장기화하자 JDC는 지난해 12월 녹지 측 자산을 인수해 헬스케어타운을 정상화하기로 결정했다.
JDC가 녹지의 자산 70%를 인수해 직접 사업에 나서고, 녹지는 JDC로부터 받은 매각 대금을 활용해 나머지 30%를 완공한 뒤 운영하는 구조다. 현재 공공용지를 제외한 사업 용지 23만평 중 51%를 녹지가, 49%는 JDC가 보유하고 있다.
유경흥 JDC 의료사업처장은 "(녹지 자산 인수에 필요한) 미준공 건축물 감정평가가 상당히 어려워 한국부동산원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며 "올해 하반기 녹지와의 협상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장 인수를 시작하면 내년께 인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JDC는 오는 9월에는 헬스케어타운 사업계획을 재수립하기 위한 용역을 시작한다. 외부 투자 유치도 모색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우리들리조트 자회사인 디아나서울이 인수해 비영리 의료법인 '우리들녹지국제병원'으로 간판을 바꿨다. 영리병원 개설을 둘러싸고 벌어진 녹지와 제주도의 소송이 지난해 7월 일단락되면서다.
현재 병원은 올해 12월 업무를 시작하기 위한 새 단장을 준비 중이다.
당초 지하 1층∼지상 3층 47병상 규모였으나, 특수의료장비 도입이 가능한 기준인 200병상을 맞추려면 137병상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 처장은 "세포치료센터와 암, 당뇨가 주 진료 분야가 될 것"이라며 "헬스케어센터는 종합병원보다는 시니어타운과 연계한 전문병원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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