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 지속에 공포지수 최저수준' 美증시에 일각 '거품' 불안

입력 2024-06-17 01:15  

'강세장 지속에 공포지수 최저수준' 美증시에 일각 '거품' 불안
'AI 붐' 일부 기술주의 강세 주도도 취약요인…"고요 속에 거품 터질수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시장의 '공포지수'가 이례적으로 낮은 상황이 지속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이 이례적으로 고요한 상황은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WSJ 보도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따르면 CBOE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13일 12선 밑으로 떨어졌다.
VIX는 앞서 지난달 말 들어서도 여러 차례 12선 밑으로 떨어지는 등 최근 들어 12선 언저리에서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VIX가 이처럼 12를 밑돈 것은 지난 2019년 11월 이후 약 4년 6개월 만이다.
VIX는 주가지수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로, 주가지수가 급락할 때 급등하는 특성이 있어 공포지수로도 불린다.
실제 미 증시는 올해 들어 강세장과 낮은 변동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미 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29차례 최고가를 경신하며 작년 말 대비 약 14% 상승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S&P 500 지수 하루 등락폭이 1%보다 큰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등락폭 2%보다 컸던 날은 단 하루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앞선 전망과 달리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기업이익이 증가한 반면 인플레이션은 둔화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그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붐이 엔비디아, 애플 등 대형 기술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점도 증시에 열기가 식지 않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는 이같이 극단적으로 조용한 시장 상황이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WSJ은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위기 이전인 2005∼2007년 기간의 VIX 움직임이다. 이 기간 VIX는 2008년 금융위기로 80 위로 치솟기 전까지 최근처럼 12 언저리에서 이례적으로 낮은 움직임을 지속했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강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시장이 고요한 모습을 지속할 경우 투자자들이 경계감을 풀고 고위험 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JP모건자산관리의 데이비드 켈리 최고글로벌전략가는 "거품은 진정 고요한 상황 속에서 터지기가 쉽다"며 "거품이 거대한 규모로 커질 수 있고, 바람이 세질 때 거품이 터진다"라고 말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면서 투자자들은 기술주 등 그동안 성과를 지속해온 부문에 더욱 크게 베팅하고 있다고 켈리 최고글로벌전략가는 지적했다.
최근 강세장이 소수의 대형 기술주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은 미 증시의 취약성을 더욱 키우는 요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장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지수 구성종목 중 상위 10개 종목이 지수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36.8%로 정보기술(IT) 버블이 한창이었던 2000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이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최고전략가는 "현재 시장은 공포보다는 탐욕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더 오래 지속될수록 시장이 더욱 취약해진다는 게 문제"라고 경고했다.
최근 들어 시장 거래량이 줄어든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지수의 성과를 따라가는 미 최대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 500' ETF의 일중 거래량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14일이 5∼6월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 요인이 현재와 같은 잠잠한 상황을 무너뜨릴지 정확히 집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최고글로벌전략가는 "시장을 무너뜨리는 것은 보통 외부 충격인 경우가 많았다"라며 "그런 사건을 '블랙스완'(발생 가능성이 극도로 낮은 사건)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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