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극우 눈치에 일일 교전중지 알았으면서 모른 척"

입력 2024-06-17 10:39  

"네타냐후, 극우 눈치에 일일 교전중지 알았으면서 모른 척"
"국제사회 휴전 압박과 극우 '정치 생명 끝내겠다' 위협 사이 샌드위치"
교전중지 발표로 극우연정 분열 심화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이스라엘군이 구호물자 전달을 위해 가자지구 남부에서 낮 동안 군사 작전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런 사실을 먼저 알았으면서도 모른 척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연립정부 내 극우파들의 반대를 의식해 교전 중지 상황을 알고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으며, 이런 선택이 대내외적인 압박 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의 난처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작전 중단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고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가 이를 미리 알고 승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총리실은 "교전 중단 계획에 관한 보도후 네타냐후 총리가 국방 담당 비서에게 수용 불가 입장을 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NYT는 우선 군사 작전 중지 발표는 영어와 아랍어 채널을 통해 먼저 알려졌고, 이런 발표가 가자지구에서의 전투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내용은 히브리어로 전해진 점에 주목했다.
NY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런 발표가 각기 다른 청중을 겨냥해 조정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낮 시간 작전 중단이 완전한 전투 중지는 아니라는 히브리어 발표는 내부 단속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특히 교전 중단을 몰랐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그가 직면한 대내외적인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는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늘리고 휴전안을 수용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반면 연립정부의 극우파들은 휴전에 동의하면 그의 정치적 생명을 끝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극우파들은 구호물자 전달이 이스라엘의 승리를 지연시킨다고 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 생명 유지를 위해 극우 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마스 소탕이라는 전쟁 목표와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압박, 국제사회의 휴전 압력, 권력 유지를 위한 연정의 요구에 복합적으로 직면한 네타냐후 총리로선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교전 중단을 수용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몰랐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난감한 상황을 벗어나려 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하레츠 신문의 군사평론가 아모스 하렐은 군사령관이 정확한 시점은 알려주지 않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가 작전 중지 사실은 알았을 것이라며 "정말 네타냐후 답다"고 평했다.
하렐은 "네타냐후 총리는 모든 상황에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며 "미국인에게는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몰랐다'고 그럴듯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방송은 교전 중지 발표가 극우 연정 내부의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고도 짚었다.
BBC에 따르면 극우 연정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런 결정을 한 사람을 '사악한 바보'로 칭했고,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구호 물품이 하마스의 권력 유지를 돕고 지금까지 전쟁의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전투로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군 11명을 매장하는 날 교전 중단 발표가 나온 점을 지적하며 지도부가 국제사회의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BBC는 이스라엘 국내에서도 전쟁 비용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수도 텔아비브에서는 지난 15일 가자 전쟁을 끝내고 120여명의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완전한 승리'를 약속하고 있지만 하마스를 소탕하더라도 분쟁이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군은 과거 하마스를 소탕했던 지역에서도 여전히 게릴라 작전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BBC는 특히 하마스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나 군사조직 아칼삼 여단 사령관 무함마드 데이프가 죽었다거나 잡혔다는 징후도 아직 없다며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에 대한 새로운 전투를 시작하게 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e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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