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 리츠 도입한 일본, 韓상장리츠 시가총액의 19배
주택·오피스 '쏠림' 투자…물류센터 등 투자처 다변화 필요
국토부, 내달 리츠 활용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육성방안 발표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제도 활성화에 나선 것은 연간 매출이 191조원(2022년 기준)에 이르는 업무·상업용 부동산에 일반 국민들도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업무·상업용 부동산은 개발·임대·매각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이 생기지만 워낙 고가라 일반 국민은 투자하기 어렵고, 자산가와 해외자본의 주요 투자 대상이 돼왔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리츠는 모두 375개이며 보유 자산은 98조원(상장리츠 16조원)이다.
리츠 자산은 최근 5년간 약 2배 성장했으나, 최근 고금리 등으로 성장 속도가 둔화한 상황이다.
리츠 총자산의 76.5%는 주택(47.8%)과 오피스(29.7%)에 쏠려 있다.
국내 상장 리츠가 보유한 서울 내 주요 건물은 종로구 종로타워(SK리츠), 영등포구 한화손해보험 여의도사옥(한화리츠), 하나증권빌딩(코람코더원리츠), 용산 그랜드머큐어호텔(신한서부티앤디리츠), 트윈시티 남산(신한알파리츠) 등이다.
리츠를 비슷한 시기에 도입한 일본, 싱가포르에 비해 규모도 작은 편이다.
일본은 한국에 1년 앞선 2000년 리츠를 도입했으나 상장 리츠 수는 60개, 시가총액은 152조원으로 한국의 상장리츠 23개 시가총액(8조원)의 19배에 이른다. 주택·오피스 외에도 물류센터, 헬스케어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2002년에 리츠를 도입한 싱가포르의 상장리츠 수는 39개, 시가총액은 93조원이다.
상장리츠의 시가총액 평균은 한국이 3천500억원, 일본은 2조5천억원, 싱가포르는 2조3천억원이다.
정부는 국내 리츠의 성장을 가로막는 이유가 과도한 규제 때문이라고 보고, 규제를 완화해 리츠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일반 국민의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김승범 국토부 부동산투자과장은 "리츠 상품 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 배당률이 8∼9%"라며 "누군가가 부동산을 통해 이익을 얻고 있다면 일반 국민들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직접 투자 때는 투자자에게 취득세, 재산세 등 비용이 발생하지만, 리츠 투자자가 투자하면 주식 거래 수수료 수준의 비용만 발생한다. 배당소득세 분리과세(14%→9%)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또 리츠는 공모가 기준 1주당 5천원으로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리츠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이유는 참여할만한 유인이 공급자, 소비자에게 모두 크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운영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으나 정부의 이번 방안으로 일반 소비자의 리츠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리츠를 활용해 보유 부동산을 유동화해 신산업에 투자할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리츠를 활용해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국토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과 미분양 해소에도 리츠를 활용하고 있다.
브릿지론 단계에서 본 PF로 전환하지 못하고 경·공매 위기에 몰린 분양주택 사업장은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로의 전환을 지원한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는 주택도시기금과 민간자금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리츠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또는 민간택지를 매입해 임대주택을 건설·임대하고 임대 종료 이후 매각하는 제도다.
지난 4월 한 달간 국토부가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 전환 수요 조사를 한 결과 55개 사업장(2만7천가구 규모)이 접수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하는 기업구조조정(CR)리츠 역시 4월 진행한 수요조사 때 미분양 5천가구가 접수됐다.
국토부는 리츠를 활용한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육성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리츠 수익을 임차인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중산층 장기임대주택 육성 방안'을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