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밀착, 南과도 관계회복?…방북 푸틴 '레드라인' 지킬까

입력 2024-06-17 18:23  

北과 밀착, 南과도 관계회복?…방북 푸틴 '레드라인' 지킬까
24년만에 방북하는 푸틴, 한국에도 유화 메시지
우크라 무기 지원, 북러 군사협력 '레드라인' 준수가 관건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방북길에 오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과 밀착하는 동시에 한러관계와는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 주목된다.
18일로 점쳐지는 푸틴의 북한 방문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의 이분 구도가 더욱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북러가 밀착하는 고리는 우크라이나 사태다.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이 예상과 달리 장기화하면서 지속적인 무기 공급이 필요해진 러시아에 북한은 가장 적절한 공급처가 됐다.
북한 역시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하는 식량·에너지 등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군사 협력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대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하면서 북러 군사기술 협력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은 한국의 안보에 큰 위협 요소다. 이들이 1996년 폐기된 조소(북한·소련)우호조약에 포함됐던 '자동군사개입' 조항에 근접한 새로운 조약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계기로 밀착한 북러 관계와 달리 한러 관계는 급랭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에 동참하자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러시아 내 한국 기업이 줄줄이 철수했고 양국 간 직항 노선도 끊겼다.
그러나 한국과 러시아 모두 '냉정히' 돌아서진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만나 한러 관계 관리에 관한 연합뉴스의 질문에 "우리는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한반도 전체와 관련해 양국 관계 발전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아 감사하다며 미래에 한러관계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우리 쪽에서는 채널이 열려 있고 협력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도 지난 11일 러시아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끝나는 대로 아주 빨리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관계 회복 방법을 적극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종결된다는 전제이긴 하지만 이런 발언으로 미뤄보면 장기적으론 한국과 관계 회복이 이득이라는 게 러시아의 관점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상황이 마무리되면 북한과 군사 협력의 필요성은 감소하겠지만 러시아 현지에 생산 공장까지 가동했을 만큼 경제 교류가 활발했던 한국과 새 출발을 모색할 유인이 충분해서다.
특히 러시아가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극동 개발에서 자원 개발, 인프라 구축 관련 기술력과 투자 여력을 갖춘 한국과 협력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한국 정부도 서방의 보이콧 움직임 속에서도 지난달 푸틴 대통령의 5기 취임식에 이도훈 주러 대사가 참석하는 등 한러관계가 회복 불능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과 극단적인 수준의 밀착은 자제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러 관계의 '미래'는 '레드라인' 준수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반도 평화·안정에 저해되는 방향으로 (북러간) 논의가 이뤄져선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그런 경고성 메시지를 러시아 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문 결과로 (북러 간에) 어떤 구체적 합의가 이뤄질지 두고 봐야겠지만 결과에 따라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특히 푸틴 대통령이 평양에서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복원하는 등 한반도 정세를 직접 위협하는 행동을 공개적으로 취하는지 주시하고 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까지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다.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무기 기술 전수도 레드라인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지난 14일 공동선언을 통해 러시아의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이 북한에 이전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러시아가 한국에 그은 레드라인은 우크라이나 지원 수준이다.
지노비예프 주한대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한다고 전장 상황이 바뀌지 않으며 러시아와 관계만 해칠 뿐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관계가 심각하고 오랫동안 손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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