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학회협의체 '기초과학 교육의 위기와 도전' 포럼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주변을 보면 돈 잘 버는 젊은 의사들이 넘치는데, 학생들에게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초임 연봉 4천300만원을 받는다는 과학 연구기관에 들어가라고 하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기초과학 공부를 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1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힉기술회관에서 기초과학 학회협의체가 '기초과학 교육의 위기와 도전'을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는 기초과학 교육이 처한 현실을 우려하는 직설적인 목소리가 넘쳤다.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의 기초과학)은 미래가 있는가'라는 주제 발표에서 기초과학자에 대한 처우와 이로 인해 학생들이 과학자에 대해 가지는 인식 문제를 제기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을 "의한민국"이라 표현하며 "의대 정원은 나라 전체를 흔드는 이슈이고, 의사는 안정성과 부가 보장된 직업으로 비치며 학생들은 의대를 갈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른바 '일타 강사'로 불리는 학원 강사의 영향력이 학생들에게는 우리나라 최고 과학자들보다 더 크고, 대학의 순위는 정부 시행 평가보다 유명 학원이 정한 순위가 우선한다"고 자조적으로 말하며 "학원 공화국"이라고도 표현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상황 개선을 위해 국책 연구소 연구원 처우 제고와 이들의 기술이전·창업 독려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미국·중국·싱가포르 등 최고 수준의 대학을 벤치마킹하고 발명자 보상제도를 확립할 것 등도 제안했다.
김수란 경북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기초과학 교육이 처한 문제 가운데 하나로 2025년부터 시행될 고교 과학교육과정 개편을 거론했다.
김 교수는 "수학능력시험이라는 산이 있고, 그에 따라 줄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공부할 범위를 줄이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위한 문제를 양산해 공부를 재미없게 만들 수 있다"며 "학생들 입장에서도 가령 공통과학 5시간, 생물·지구과학 5시간 공부하던 것에서 생물·지구과학을 빼면 공통과학만 10시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종전에도 고등학교에서 기초 수학을 너무 안 배우고 오니 물리를 배우러 대학에 온 학생들도 물리에 필요한 기초 수학 지식이 없어 수업에 집중을 못 하고 물리에 대한 흥미도 감소한다"고도 말했다.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는 "기초과학을 하려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은 우리 대학들의 폐쇄성도 큰 원인"이라며 "서울대 등 이른바 명문대나 모교 출신이 아니면 대학교수로 채용되기 어렵고, 외국인 학생 등이 국내 대학에서 연구자로 성장하기 어려운 문화를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필호 기초과학학회 협의체 회장은 "최근 발생한 연구비 삭감문제, 2028년 수능 개편안, 의대 증원 등은 기초과학 교육과 연구 생태계의 저변을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라며 "기초과학 진흥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연구자들 스스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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