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규제 당국 눈 피하려 '부적합' 737 맥스 부품 숨겨"

입력 2024-06-19 13:41  

"보잉, 규제 당국 눈 피하려 '부적합' 737 맥스 부품 숨겨"
美의회 보고서 남긴 내부고발…"우려 제기하자 보복"
CEO, '비행 중 동체구멍' 뒤 첫 의회 출석…피해자에 사과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운항 중 기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등 항공기의 안전 문제가 잇달아 불거진 미국 보잉사가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문제가 있는 부품을 숨겼다는 내부 고발자의 증언이 미 의회 상원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CNN 방송 등 외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상원 국토안보·정무위원회 조사소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보잉의 품질보증 부서에서 일한 내부 고발자 샘 모호크는 회사가 사양에서 벗어나거나 파손된 737맥스 부품을 옮기고 관련 기록을 위조했다고 지적했다.
증언에 따르면 보잉은 규제 당국인 연방항공청(FAA)의 검사가 임박했다는 점을 안 지난해 6월 이런 은폐 조치를 했다. 모호크는 회사가 "FAA로부터 부적절하게 보관된 부품을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숨겨진 부적합 부품이 항공기에 장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고 실제 이 부품들이 일부 항공기에 설치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한 자신의 우려 제기에 회사 측이 보복을 가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잉은 보고서에 포함된 새로운 주장들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혔다.
이 밖에 보고서는 보잉사가 2021년 자격을 갖추지 못한 근로자에게 작업과 관련한 자체 검사를 맡기는 등 규정 위반 사실을 FAA로부터 적발당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보잉 측은 시정을 통해 관련 문제를 지난해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월 5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항공의 보잉 737 맥스9 여객기가 약 5천m 상공을 비행하던 중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 나가면서 비상착륙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예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행기 조립 시 문을 고정하는 볼트 4개가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6일에는 피닉스로 향하던 알래스카항공 보잉 737-800 여객기의 객실에서 연기가 감지돼 여객기가 포틀랜드 공항으로 돌아가기도 했고, 같은 달 8일에는 텍사스주 휴스턴 국제공항에서 유나이티드항공의 보잉 737 맥스8 기종이 착륙해 활주로를 주행하던 중 포장된 도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뒤 조사소위원회는 4월 청문회를 열고 보잉의 제조상의 문제와 관련한 내부 고발자들의 증언을 청취한 데 이어 관련한 문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왔다.
이날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같은 날 열린 청문회와 함께 공개됐다.
데이브 캘훈 보잉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청문회에 참석해 "과거와 현재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보잉 직원을 대신에 여러분(피해자)의 손실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캘훈 회장의 의회 출석은 지난 1월 알래스카항공 사고 등이 발생한 뒤 처음 이뤄진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보잉 항공기의 결함이 발생한 경위와 품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내부 고발자에 대해 사측이 보복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조사소위원장인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코네티컷) 상원 의원은 "1월 사건 전까지는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회사가 (그간) 택했던 지름길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hrs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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