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변경 간소화' 신민중전선 공약에 "어불성설"
좌파 "극우 선거운동, 마크롱이 대신해"…당내서도 우회 비판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성소수자의 성별 변경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좌파 진영의 공약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집권당이 현재 극우 국민연합(RN)과 좌파 정당 연합체 신민중전선(NFP)에 밀려 지지율 3위에 그쳐 한 표가 아쉬운 터에 신중치 못한 표현으로 당에 부담만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간 르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샤를 드골 장군의 1940년 결사 항전 촉구일 기념식 차 지방을 방문해 유권자들을 만나 NFP의 공약을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극좌파는 비용 측면에서 (극우보다) 4배는 더 나쁘다"라거나 "(그들에게) 세속주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민을 통제하는 모든 법을 폐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시청에서 성별을 변경하는 것 같은 완전히 말도 안 되는 것들도 있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앙디 케르브라 의원은 시청에 신청하는 것만으로 성별 변경을 가능케 하는 안을 NFP의 공약에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프랑스에서 성소수자가 성별을 변경하려면 법원에 관련 증거와 함께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성별 변경을 위한 신체적 변화를 요구하진 않으나 신청자가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증명해야 한다. 법원은 이런 증거와 신청자의 상태를 고려해 성별 변경을 결정한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즉각 좌파 진영의 공격을 받았다.
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수치스럽다"며 "대통령은 당사자에겐 얼마나 큰 고통이 따르는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그들의 어려움에 대한 연민은 계몽주의의 가치"라며 "왜 이런 조롱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 클레망스 게테 의원도 "극우는 더 이상 선거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마크롱이 대신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도 19일 RTL 라디오에 나와 "극우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재선까지 된 사람이 어떻게 극우의 수사를 계속 반복할 수 있느냐"며 "이 사람은 기준도 없고 자기 이익에 따라서만 움직인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이 나라가 그를 비난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파비앙 루셀 공산당 대표 역시 프랑스앵포에 "대통령이 신경을 잃고 있다. 불안정하다"며 "그가 말할 때마다 그의 진영은 지고 있다"고 말했다.
집권당 르네상스 내에서도 마크롱 대통령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르네상스의 클레망 본 후보는 엑스에 "우리는 정치적 담론에서 어떤 낙인도 거부하고 권리를 증진해야 한다"고 적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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