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감소 등 순기능에도 인권침해 지적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주요 기차역에서 인공지능(AI) 카메라 시스템을 사용해 승객의 연령대나 성별뿐 아니라 감정이나 기분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철도 공기업인 '네트워크 레일'은 2022년부터 런던 워털루·유스턴역, 맨체스터 피카딜리역, 리즈역, 글래스고역, 레딩역 등지에서 AI 카메라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었다고 일간 더타임스와 데일리메일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역은 무단침입이나 과밀, 절도 등 안전 문제 개선과 고객 서비스 향상, 광고 수입 증대 목적으로 개찰구에 5∼7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한 이미지를 아마존 인식 소프트웨어로 전송했다.
그런데 운영 초기에는 촬영한 승객의 연령대와 성별뿐 아니라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배가 고픈지 등 감정까지 분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스템을 구축한 협력업체 퍼플 트랜스폼의 그레고리 버틀러 대표는 "감정과 인구학적 분석 부분은 얼마 지속하지 못했다"며 "승객에게 안전한 경험을 제공하려는 애초 목적과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은 시민단체 빅브러더워치(BBW)의 정보 공개 청구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내고 정보보호 당국인 정보위원회(ICO)에 이 사안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네트워크 레일이 이 시스템을 언급한 것은 웹사이트의 사생활보호 공지가 유일하다. 이 공지에는 "2022년부터 다수 역에서 분석 능력이 있는 카메라 시스템을 시범 운영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차역에 설치된 AI 카메라 시스템은 범죄 예방이라는 순기능도 있었다.
자전거 절도가 기승을 부렸던 레딩역에서는 2022년 11월 카메라 시스템 설치 이후 1년 만에 절도 건수가 72% 급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나 인권 전문가 등은 철도 회사가 승객 동의 없이 인구학적 특성과 감정 정보를 수집한 데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제이크 허트퍼트 빅브러더워치 연구조사 총괄은 "투명성 부족과 AI를 사용한 감시의 일상화라는 측면에서 우려된다"며 "AI 감시는 오남용시 사생활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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