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기념 시위…군정, 만달레이서 '꽃 달기' 참여자 단속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수감 중인 미얀마 민주 진영 지도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79번째 생일을 맞아 현지 곳곳에서 반군부 시위가 열렸다.
20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수치 고문의 79세 생일이었던 전날 중부 사가잉·마궤, 남부 타닌타리, 북부 카친 등 군사정권 통제권 밖 지역에서 공개적인 거리 시위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수치 고문 사진과 함께 '강철 장미, 생일 축하합니다', '군정 탄압에 굴복하지 않고 보복하겠다' 등의 문구가 새겨진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양곤과 만달레이 등 군정이 장악한 대도시에서는 '꽃 달기 운동'이 벌어졌다.
평소 꽃을 좋아하고 머리에 꽃 달기를 즐겼던 수치 고문을 기려 시작된 평화적 시위 방식이지만, 군정은 전날 만달레이에서만 참가자 22명을 체포했다고 현지 매체 일레븐미디어는 보도했다.
해외 미얀마 국민도 수치 고문 생일을 기념해 모임을 가지거나 소셜미디어 등에 군정 반대 게시물을 올렸다.
수치 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수치 고문을 포함한 정치범 전원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영국에 거주 중인 수치 고문 아들 킴 아리스는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일에 꽃과 케이크를 선물하고 싶어 하지만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대신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에 많이 참여해달라며 "이것이 어머니가 가장 원하는 생일 선물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군부는 NLD가 압승을 거둔 2020년 11월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수치 고문은 군정 법원에서 부패 혐의 등으로 33년 형을 선고받았고, 일부 사면으로 형량이 27년으로 줄었다.
지난 4월 군정은 극심한 더위를 이유로 수감자 중 수치 고문을 포함한 노약자들을 가택연금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치 고문의 현재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수치 고문이 여전히 교도소에 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유엔(UN)은 군부 쿠데타 이후 내전과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에서 난민이 전체 인구의 약 5.6%인 300만명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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