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계기준원에 재계 의견 전달…적절 도입 시기 1위는 '2029년 이후'
"자율 공시로 기업 부담 낮추고 스코프3는 공시 대상서 제외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난 4월 초안이 공개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재계 입장을 한국회계기준원에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최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10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의 적절한 도입 시기에 대해 '2029년 이후'라는 응답이 27.2%로 가장 많았다.
'2026년 이후'(25.2%), '2027년 이후'(23.3%), '2028년 이후'(22.3%)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고, '공시하기 어려움'이라는 응답도 2%로 집계됐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이후부터 국내 상장 기업들의 ESG 공시를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경협은 기업마다 준비 상황이 천차만별이고, 글로벌 투자 기관들의 입장 변화 및 반(反)ESG 움직임 등 국제 흐름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공시 기준을 확정하는 것은 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시 방식도 기업들의 법적 부담이 큰 의무 공시보다 자율 공시로 추진할 것을 건의했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법적 리스크는 법적 의무 공시, 거래소 공시, 자율 공시 순으로 크지만, 자율 공시라 하더라도 기업이 성실히 공시할 유인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허위·부실 정보를 자율 공시해 부정거래 및 사기를 행할 경우 손해배상책임 및 형법상 책임을 지게 된다.
또 한경협은 가치사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적 배출을 포함하는 '스코프3' 탄소 배출량은 공시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한경협이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90.3%는 스코프3의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미국의 경우 기후공시 규정 초안에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포함했지만, 현실적으로 측정이 어렵다는 점을 반영해 최종안에서는 제외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한경협은 '정책 목적상 공개가 권고되는 항목들에 대한 추가 공시'는 기업 부담을 고려할 때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선택 공시 사항으로 규정했지만 해당 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그 자체로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국내 특수성이 반영된 지표나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사항들이 포함돼있어 도입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경협은 "ESG 공시 도입 그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한국의 상황과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활용되고 장기적으로 현장에 안착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ESG 공시가 중소·중견기업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만큼 충분한 준비 기간과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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