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20년전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생명을 구한 이스라엘인 의사의 조카가 하마스에 납치됐다가 결국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과거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 지역의 나프하 교도소에서 치과의사로 근무했던 유발 비튼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카 타미르 아다르의 사망 사실을 공개했다.
비튼은 지난 2004년 목 통증과 균형감각 상실을 호소하는 신와르의 뇌에 문제가 생긴 사실을 알아채고 병원으로 긴급이송해 목숨을 구해준 인물이다.
이스라엘에 협력했다며 다른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한 죄로 15년째 복역 중이었던 신와르의 뇌에선 농양이 발견됐고 이송 당일 수술이 진행됐다.
신와르는 2011년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군 병사와 맞교환돼 석방되면서 비튼에게 "생명을 빚졌다. 언젠가 이를 되갚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결국 빈말이 되고 말았다고 비튼은 말했다.
하마스의 가자지구내 최고지도자로 올라선 신와르는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 기습공격을 감행했고, 이 과정에서 비튼의 조카 타미르가 살해됐기 때문이다.
비튼은 "알다시피 그(신와르)는 작년 10월 7일을 기획했고, (이스라엘 남부) 니르 오즈 키부츠(집단농장)에서 내 조카가 살해되는데도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항하던 내 조카는 중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채 납치됐고, 몇시간 뒤 가자지구에서 사망했다"고 말했다.
비튼은 최근까지도 조카가 생존해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놓지 않았으나 결국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부터 정보요원 교육 등을 받고 이스라엘 교도소 당국(IPS) 정보부 등에서 일해 온 비튼은 교도소에서 신와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마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면서 작년 하마스의 기습공격도 자신에게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비튼은 "난 그(신와르)를 1996년부터 알아왔고, 가자지구의 다른 하마스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그들이 계획한 것이란 게 내겐 명확히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신와르가 '무슬림의 땅'에 유대인은 있을 곳이 없다는 믿음을 지녀왔다면서 "(하마스가) 우리를 지금 사는 곳에서 쫓아내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고 강조했다.
비튼은 신와르의 주된 관심은 권력 유지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는 자신의 통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팔레스타인인 10만명의 목숨조차 희생시킬 용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튼은 신와르가 22년간의 수감기간 히브리어를 익히고 이스라엘 정치·문화를 공부하며 칼을 갈아온 반면, 이스라엘 정부와 정보기관은 "하마스를 충분히 알지 못하고 학습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하마스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오만했다. 우리는 그들을 무시했다. 하마스는 그들이 작정한 것들을 모두 말했지만 우리는 듣고자 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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