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국제고립 탈피·반미연대 세불리기' 위험한 판 흔들기

입력 2024-06-21 12:13   수정 2024-06-21 17:34

푸틴, '국제고립 탈피·반미연대 세불리기' 위험한 판 흔들기
북한·베트남 끌어들여 反 서방블록 구축 시도하며 '위협'
다극화 세계질서 전환 주도 '야욕' 가속…우크라전 장기화 동력 견인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베트남 순방 일정을 마무리하고 21일 모스크바로 복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적 고립에 처했던 푸틴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초밀착'에 이어 미국과도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는 베트남과의 우호 관계 확인으로 세 불리기를 과시했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서방 주도의 세계를 다극화 세계로 재편,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려는 야욕을 거침없이 드러낸 그의 위험한 판 행들기 행보에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안보 지형은 다시 한번 요동쳤고, 신냉전 구도 격화 속에 서방의 경계심도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북 기간 김 위원장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 28년 만에 북·러 군사동맹을 사실상 부활하고 미국 주도의 유엔 안보리 대북·대러 제재 무력화도 시도했다.
미국의 패권주의와의 싸움을 재천명하며 북한과 주고받기에 나서면서 반미·반서방 연대를 공고히 한 셈이다.
베트남에선 또 럼 국가주석과 서로의 적대국과는 동맹을 맺지 않기로 하고, 국방·안보 분야 협력을 심화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강화 원칙에도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최근 잇따라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로 소수 동맹국이나마 우군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앞서 미 CNN 방송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심화된 '국제적 왕따'라는 이미지의 탈피를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꼽으며 "수많은 인파가 평양 시내에 몰려나와 푸틴 대통령을 환영하는 모습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전 세계에 자신이 고립된 존재가 아니며 자신의 도움을 높이 평가하는 국가가 여전히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짚은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통해 북한의 무기와 병력 등 지원을 얻어 우크라이나전을 서둘러 마무리 짓고, 미국에 맞서 러시아 중심의 패권 질서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북러간 군사 조약은 한반도를 넘어 서방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주제다.
이번 방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실탄 투입을 위한 북한의 대러 미사일·탄약 제공이 가속화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은 더 커진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순방을 마무리하고 베트남에서 귀국하기 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정밀 무기를 계속해서 공급한다면 북한을 무장시킬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또 서방을 향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는) 러시아 1천년 역사의 종식을 의미한다"며 "우리가 왜 두려워해야 하는가. 끝까지 가는 게 낫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 정부가 북러 조약에 반발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자, 그는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한국을 위협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크렘린궁이 수년간 추구해왔던 다른 우선순위를 제치고 푸틴 대통령 외교 정책의 원칙이 됐는지를 부각해준다고 촌평했다.
과거 러시아는 유엔에서 북한 핵·미사일 억지 노력에 동참하고 이를 제재하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에도 찬성했지만, 이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그 제재에 반기를 들며 극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이번 북러 조약은 동북아를 넘어 전세계 안보에 전반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방은 그 파장을 주시하며 촉각을 세웠다. 당장 서방 언론 및 전문가 사이에서는 "왕따 파트너십", "신(新) 악의 축" 등의 맹비판도 쏟아졌다.
나토와 달리 북한과 러시아가 가치와 신념을 고리로 뭉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서로의 이해관계로 결합했다는 점에서 지속성과 견고함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절하성 분석도 잇따라 제기됐다.
그간 국제적 고립 위기에 처했던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집권 5기를 시작한 이후 한 달 동안 중국,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북한, 베트남 등을 오가는 광폭 행보로 반서방 블록 구축을 가속화해왔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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