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도통신, 스틴티노 시장 발언 인용해 보도…정의연 "시장, 비문 고칠 계획 없다고 말해"
이탈리아 스틴티노시에서 오늘 제막식…한국대사관 "필요시 적절한 대응 검토"
(도쿄·로마=연합뉴스) 박성진 신창용 특파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 이탈리아 스틴티노시 시장이 일본측의 문제제기에 한일 양국의 입장을 모두 담는 쪽으로 소녀상 비문 문구를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22일 나왔다.
그러나 이 시장은 해당 소녀상 건립을 주도한 한국 위안부 관련 단체 측에는 이러한 발언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스틴티노시의 리타 발레벨라 시장은 제막식을 하루 앞둔 21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 시청에서 일본 교도통신에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한국 시민단체의 "일방적 주장이 비문에 적혀 있다"면서 "문구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통신이 보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발레벨라 시장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부가 부족했다"면서 "일본만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는 발언까지 했다.
그러면서 주이탈리아 일본 대사관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었다고 전하며 "한일 양국의 입장을 병기한 비문으로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다만 문구 변경의 구체적 시기에 대해서는 "한국 대사관으로부터도 이야기를 들은 뒤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발레벨라 시장은 그러나 "소녀상은 여성에 대한 전쟁 범죄에 대한 보편적인 비판의 마음을 담고 있다"며 정치 이용으로 문제화되지 않는 한 "철거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스틴티노 소녀상은 22일 제막식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됐다. 소녀상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이 몰리는 바닷가에 설치됐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발레벨라 시장을 만나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확인한 결과, 본인은 일본 대사를 만났을 당시 비문 변경을 언급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비문을 고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이사장은 발레벨라 시장이 자신이 만난 일본 대사 일행에 교도통신 기자가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사후에서야 확인했다며 이에 대해 불쾌해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한국 대사관은 아직 스틴티노시에서 비문 문구 변경과 관련해 연락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대사관 측은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필요 시 적절한 대응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제막식을 통해 공개된 소녀상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소녀와 여성을 강제로 데려가 군대의 성노예로 삼았으며, 소녀상은 이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상징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국어 외에도 이탈리아어와 영어로 적힌 비문이 별도의 안내판으로 설치됐으며, QR코드를 통해 더 많은 언어로도 비문을 읽을 수 있다.
정의연에 따르면 스틴티노 소녀상은 유럽에서는 독일 베를린 이후 공공부지에 두 번째로 설치되는 것이다.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 공립 도서관 앞에 해외에서 처음으로 소녀상이 세워진 이후로는 14번째다.
정의연은 지난해 12월 스틴티노시에 소녀상 건립을 제안했으며, 여성 인권변호사 출신인 발레벨라 시장이 곧바로 "우리 영토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것을 환영한다. 인류와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낙인찍겠다는 확고한 의지"라고 화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sungjinpark@yna.co.kr,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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