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효율성 높여 비용 개선…로봇으로 안전성도 확보
탄소중립에 디지털 전환 불가피…"일자리 문제도 생각해봐야"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전통적인 '굴뚝산업'으로 꼽히는 정유업계가 녹슨 파이프에 디지털을 덧대고 있다.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따라 석유 사용량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생산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려는 취지다.
◇ 하늘에는 드론, 땅에는 로봇개…효율성·안전성 동시에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S-OIL)·HD현대오일뱅크)는 공장의 디지털 전환에 한창이다.
종이로 출력하던 작업허가서와 근무 일지 등을 디지털화하고, 작업별로 나뉘어 있던 시스템을 통합해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는 것이 골자다.
나아가 인공지능(AI)을 통한 데이터 분석으로 현장 관리를 최적화하고, 현장에는 사람 대신 드론과 로봇개를 투입해 안전성을 제고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3년간 255억원을 투입한 자체 통합 제조운영 관리시스템 '에쓰-아이맘스'(S-imoms) 프로젝트를 최근 완료했다.
분산 운영되던 30여개 시스템을 하나로 모아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AI로 데이터를 분석해 공장 유지보수를 최적화했다.
에쓰오일은 이 같은 업무 혁신으로 작업 효율성이 극대화하고,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사전 감지와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콤플렉스(울산CLX) SK에너지 생산 현장에 AI와 디지털 전환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플랜트 2.0'을 도입했다.
하늘에서는 드론이, 땅에서는 로봇개가 순찰한다. 어렵거나 위험한 작업을 대신해 생산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것이다.
GS칼텍스도 AI 기반 설비 예측진단 설루션을 적용했다. AI가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감지하고 상세 진단, 현장 조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생산 현장에 AI를 도입해 최대 수익성을 얻는 운전 조건을 도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효율성 높이고 비용 낮추고…"디지털 전환 불가피"
이 같은 디지털 전환은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정유업계의 노력과 맥을 같이한다.
국내 정유업계는 원유를 100% 수입해 석유제품을 제조하고 내수 소비되지 않은 제품을 수출해 수익을 얻는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중국과 인도 등은 생산량을 늘리면서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비용을 절감하고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시설 유지보수 등에 투입되는 비용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실제 디지털 전환으로 에너지 절감과 함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에쓰오일은 디지털 전환에 기반한 업무 혁신으로 연간 2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또한 업무 자동화와 지능화를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 비용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30년 석유 사용량이 정점에 이른 뒤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예상되는 상황에 정유업계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비용 절감을 위해서 디지털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디지털화로 인해 업계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효과가 생기겠지만, 생산직 위주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어 사회적으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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