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함 14개국과 호흡…사실상 '중국 선단 겨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동태평양 갈라파고스 제도 부근의 대규모 불법 조업 선단 퇴치를 위한 에콰도르 주도 다국적 군사 훈련에 한국도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에콰도르 해군은 다음 달 9일까지 갈라파고스주(州) 산크리스토발섬의 푸에르토바케리소모레노와 본토 산타엘레나주(州) 살리나스를 중심으로 갈라팩스(GALAPEX) 훈련을 시행한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날 개시된 이번 훈련은 올해로 3번째다. 2019년에는 가상훈련 형태로 진행됐고, 지난해에는 12개국 해군이 합동 훈련을 펼쳤다.
이번 갈라팩스에는 14개국 및 2개 기관이 호흡을 맞추는데, 이 중에는 한국도 포함된다.
에콰도르 해군은 자국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 캐나다,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파나마, 페루, 영국, 도미니카공화국, 우루과이 등 420여명의 병력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인도·태평양 지역 정보공유 플랫폼(IORIS) 및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도 힘을 보탠다.
에콰도르 해군은 설명자료에서 "훈련 기간 우리(에콰도르) 군에서 개발한 시스템을 활용한 해상 차단 기동, 교전 규칙 및 무력 사용 규칙 확인, 지휘 및 통제 체계 점검 등이 이뤄질 것"이라며 "다국적군 병력 간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는 한편 불법 조업 활동을 무력화하는 사안도 훈련 목표에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에콰도르는 지난해에도 갈라팩스 훈련에 대해 어종 싹쓸이와 해양 생태계 파괴 우려를 낳는 불법 조업을 적시에 확인하고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천명한 바 있다.
당시 에콰도르 해군은 "2018년 7월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미주해군회의(CNI) 28차 회의에서 이런 형태의 훈련 필요성을 제안했다"며 갈라파고스 인근 수역에서 활동하는 외국 어선의 불법 행위를 저지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역설했다.
에콰도르 정부나 군에서 구체적으로 그 '감시·차단 대상'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갈라파고스 인근에서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해마다 심각한 문제로 인식된다.
실제 수십∼수백 척으로 꾸려진 중국 선단은 최근 해마다 6월 말께부터 두 달 가까이 갈라파고스 인근 바다에서 마구잡이 어로 작업을 벌여, 국제 사회와 언론 매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선박들은 대체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하지는 않은 채 공해상에 머무는데, 아르헨티나 매체 인포바에는 2021년 에콰도르 해군 자료를 인용해 "올해 7월 기준으로 외국 어선 300여척 중 95%는 중국 선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200척 넘는 중국 어선이 위치추적 장치까지 끈 채 조업해, 주변국 페루까지 긴장시키기도 했다.
중국 어선은 지난 2017년 갈라파고스 해역을 무단 침입했다가 에콰도르 당국에 적발된 전례가 있다. 당시 배 안에서는 300t가량의 상어 등 보호종이 발견됐다.
한국은 지난 4월 양용모 해군 참모총장이 서울에서 미겔 산티아고 코르도바 에콰도르 해군사령관을 만나 교류하는 등 에콰도르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양경찰 3천t급 퇴역 함정을 에콰도르에 인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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