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원 국산차도 사치품"…경제난, 이란 대선 흔드나

입력 2024-06-26 16:17  

"800만원 국산차도 사치품"…경제난, 이란 대선 흔드나
서방 제재로 물가 폭등·통화가치 급락 지속
'경제부흥' 새 정부 과제지만 쉽지 않아…후보자들 모두 "제재 해제" 공약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란 대선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년째 이어지는 경제난이 대선과 그 이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의 대통령 당선인은 물자 부족과 깊어가는 빈곤, 치솟는 물가상승률과 하락하는 통화가치 등 여러 경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란의 경제난은 이란이 지난 2015년 미국 등과 체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이던 2018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심해졌다.
핵합의가 유지되던 약 2년간은 서방의 대이란 제재가 풀렸고 무역, 투자, 관광 등이 활성화되며 경제에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이후 합의 파기로 제재가 재개되자 경제는 다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물가상승률은 최근 수년간 40% 또는 그 이상을 기록했고, 2015년 제재 해제 후 한 자릿수로 떨어졌던 금리도 2018년 이후 다시 두 자릿수로 치솟았다.
석유 판매 수익은 감소하고 물자는 부족해졌으며 미국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인 리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입 물가가 상승하고 구매력은 낮아졌다.
이란 당국은 석유 판매 수입이 줄자 화폐를 더 찍어내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는다.
임금은 낮은 상태로 유지됐는데, 물가 상승으로 식품과 주택, 의료, 교통비 등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국민은 더 가난해졌다.
이란 의회의 연구 기관인 '마즈리스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2년 3월 기준으로 이란 인구의 30%가 빈곤 상태에 놓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란인이 처한 어려움은 이란의 국산 차 '프라이드'의 시세로 잘 이해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1993년 생산이 시작된 '프라이드'는 이란에서 팔리는 차종 가운데 가격이 가장 저렴해 서민층의 자동차로 불렸다.
이 차는 2020년에 단종됐지만 현재도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10년 전에는 최저 임금을 받는 4인 가족 근로자가 연 소득의 1.6배를 모으면 이 차를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 소득의 3배가 필요한 상태다.
FT는 약 6천달러(833만원)에 판매되는 저렴한 국산 차조차도 많은 사람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사치품'이 돼 버렸다고 지적하고, 이는 앞으로 이란 지도자들의 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지난 20일 열린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경제 살리기'가 최대 화두였다.
모든 후보가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유력 후보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63) 마즐리스(의회) 의장은 "뛰는 물가와 임금 사이 격차를 해소해야만 한다"며 의료, 생필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복지카드 지급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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