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사 선임 속도 낼 듯…표결 전 사퇴설 등엔 아직 '침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관 전 위원장이 탄핵안 발의를 앞두고 사퇴한 지 7개월 만에 김홍일 위원장을 대상으로 같은 일이 벌어지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5당은 27일 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다음 달 3~4일 중 표결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이 탄핵안 발의를 서두른 것은 결국 공영방송, 그중에서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문제와 직결돼 있다.
방문진 이사 임기는 오는 8월 12일로 만료되며, 같은 달 31일 KBS 이사회, 9월 14일 EBS 이사회 임기가 끝난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통상 임기에 맞춰 이뤄져 왔으나, 현재로서는 야당이 방통위 2인 체제에서 방문진 등 이사회 구조를 여당에 유리하게 재편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무난한 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는다면 기존 이사들이 지위를 유지, 야권 추천 권태선 이사장 체제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도 다시 또 방통위원장 탄핵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는 아직 진행 전이라면서도 "현행법상 임기가 만료되는 데 그걸 방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늦지 않게 절차에 착수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방문진 이사 임기 만료 전 새 이사를 선임하려면 늦어도 7월 초·중순에는 관련 절차에 돌입해야 하는데, 야당이 탄핵안을 이미 발의했기 때문에 표결 전 의결하려면 조만간 전체회의에 방문진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해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에서 YTN[040300] 최대 주주 변경과 지상파 재허가 등 굵직한 안건들이 이미 의결된 바 있다.
야권에서는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을 주장하지만, 방통위는 법률 자문 등을 통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위법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방문진 이사 선임 후 탄핵안 표결이 되면 방통위는 1인 체제가 돼 또다시 업무정지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숙고하는 모습이다.
방통위는 이미 지난해부터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으로 인한 수사 및 한상혁 전 위원장 해임, 이동관 전 위원장 취임과 사퇴 등으로 장기간 제대로 운용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약 10개월간 1·2인 체제가 이어졌다.
방통위는 구조적으로 정치권 영향을 많이 받는데, 특히 공영방송 관련 문제를 다룰 때 더욱 민감해진다.
일련의 부침도 여권이 추진하는 공영방송 구조 재편 과정에서 발생했다. KBS 경영진 교체, 공영방송은 아니지만 YTN 민영화, 그리고 교체 시기가 다가온 방문진 이사 교체 등 국면에서 매번 정치적 갈등이 폭발했다.
방통위로서는 공영방송 관련 심의 및 의결이 주요 업무이지만 동시에 늘 발목을 잡는 일이 되는 모양새다.
한편, 야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방문진 이사 선임 건을 의결한 후 이동관 전 위원장이 그랬던 것처럼 탄핵안 표결 전 사퇴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김 위원장은 국회 과방위 때 사퇴 의사를 묻는 말에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방통위는 이날 야당의 탄핵안 발의 후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일정 및 김 위원장 탄핵·사퇴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은 아직 내지 않았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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