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금리 인하 유보적…인플레 압력 여전·단단한 노동시장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시장에서는 미국이 연내 한 번 정도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듯하지만, 올해 금리 인하가 없더라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를 지낸 앤 크루거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특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미국 금리 전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크루거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기간 금리를 인상할 일은 없겠지만, 금리 인하를 할지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미국 노동시장도 아직 단단(tight)하기 때문에, 연준도 인하 결정에 있어서 유보적이라는 게 크루거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에서 초과 수요가 남아 있는 상황이고, 대선을 앞두고 재정지출도 줄어들 것 같지 않다며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크루거 교수는 한국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무역수지, 에너지 가격 등 미국과 한국이 서로 금리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보게 되는 지표는 다르겠지만 두 나라 공히 세계 경제 현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어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중국과의 무역 불확실성을 꼽았다.
크루거 교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관련해 '정책 오류'라고 평가하며 "보호무역주의의 결과가 좋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크루거 교수와의 일문일답.
--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전망은.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이 연준과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나.
▲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전 세계 경제 상황과 자국 경제 상황을 함께 고려해 결정할 것이고, 통화정책 관련해서는 나라마다 답이 다를 수밖에 없다. 연준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 내 금리를 인상할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리를 인하할지, 아직 연준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에서도 이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고 소통하고 있다.
-- 한은과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연준이 금리 인하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 연준이 아직 금리 인하를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고 노동시장도 타이트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아직 구인 공고가 많을 정도로 근로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물가 상승보다 임금 상승 폭이 더 클 정도다. 연내 한 번 정도 인하를 많이 생각하는 것 같고, 연준도 이렇게 소통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러한 결정도 유보적이라는 뜻이다. 지금으로서는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떨어질지, 고용 상황이 어떤지 지켜봐야 한다. 지금까지는 미국 경제에 초과수요가 남아있는 상황이라 금리가 높게 유지되고 있고, 또 재정지출이 확대됐는데 대선을 앞두고 재정지출이 줄어들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올해 금리 인하가 없더라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순전히 내 추측이고, 이런 것을 맞추면서 먹고사는 사람은 아니라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은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를 보면, 미국과는 다른 것을 봐야 할 것이다. 한은은 경상수지, 에너지 가격 등을 보게 될 텐데, 미국과 한국이 금리 결정에 있어 보게 되는 지표는 다를 것이다. 그래도 두 나라 모두, 세계 경제 현황은 고려해야 한다.
-- 현재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은.
▲ 한국은 코로나19와 관련된 많은 문제로부터 빠르게 극복해나가고 있고,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고유의 문제라고 한다면, 대중무역이다.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큰데 미·중 관계가 그렇게 좋지는 않다 보니, 한국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원화 약세도 향후 중국과의 무역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여파를 완충하기 위해 제3의 시장을 찾는다거나, 여러 조처를 했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많은 나라들이 미국 인플레이션 등 경제 상황을 보면서 자신들의 정책을 조정해 나가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 미국 경제에 대해 현재 상황 평가와 전망을 해달라.
▲ 세계적으로 보면, 그동안 봐왔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다. 단적인 예는 미국 대선이고, 다른 일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 코로나19의 영향도 아직 남아있다. 코로나19 기간 많은 미국인이 저축을 늘린 탓에 가처분 소득의 5%에 불과하던 저축률이 13%까지 올랐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공급이 못 따라간 측면이 있다. 저축한 돈이 많다 보니 재화 수요가 유지됐고,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면서 서비스 수요까지 늘어 초과수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의 방대한 재정적자도 중요한 요소다. 진작부터 미국 경제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고, 다행히도 제 말이 맞았지만,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다.
올해와 내년까지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 안팎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아주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미국 대선 결과, 의회 예산 편성, 중동 전쟁 등에 따라 상황은 바뀔 수 있다.
-- 미국 경제정책이 보호주의로 치닫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 미국이 점점 보호주의 경향을 띤다는 데 동의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는 나쁘다는 식으로, 상당수 미국인을 설득한 것이다. 이런 생각이 고착되면서 아무리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제시해도 이제는 그 생각이 바뀌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이 보호주의를 지지하고, 특히 중국에 대한 보호주의를 지지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일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정치적인 문제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도 결과가 좋기는 어렵다고 본다. 전기차, 반도체 등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반도체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나와 가격이 하락하게 될 것이고, 많은 기업이 투자를 계획했던 것보다 축소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의 결과가 좋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 오류로부터 얼마나 빨리 배울 수 있을지다. 오늘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했음에도 결국 미국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더 빨리 나아갔다는 기사가 있었다. 빨리 정책 경로를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이 가는 노선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을 것이다. 어느 후보가 더 보호주의일 수 있는지 놓고 경쟁하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낙관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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