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지난 1월 일본 군마현 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 결정을 내린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 지사가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와의 면담 계획을 취소했다고 교도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야마모토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면담 자리를) 모두 공개하기를 희망했지만, 동의를 얻지 못했다"면서 면담 계획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마모토 지사는 철거 공사 강행 약 1주일 전 주일한국대사관 측의 면담 요구를 받고도 이를 거절했다.
그러나 "한국 측으로부터 접촉이 없었다"며 거짓 해명을 늘어놓다가 주일한국대사관이 면담을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일본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자 지난 3월 "군마현 입장을 설명하고 싶다"며 한국 대사와 만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일한국대사관은 다시 면담을 추진했으나 야마모토 지사는 면담 자리를 모두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며 이례적인 방식을 고집하다가 결국 이번에 면담 계획 자체를 취소했다.
이와 관련해 주일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군마현 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방식을 고집하면서 면담이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추도비 이전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마현의 현립공원인 '군마의 숲'에 있던 조선인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한반도와 일본 간 역사를 이해하고 양국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설치했다.
하지만 군마현 당국은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참가자가 '강제 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시민단체와 법적 다툼까지 벌이다가 결국 올해 1월 29일 추도비를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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