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러 불법지원과 등가성 부여 안돼…한국 지원시 전선에 변화"
한국 정부 '무기지원 재검토'에 첫 입장…"북한, 러의 우크라 불법전쟁 지원 안돼"
"北, 전 세계 안정에 위협적 존재…中안보도전 맞서 유사입장국과 협력 중요"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27일(현지시간)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북한의 대(對)러시아 지원과 달리 '합법적'이라면서 현실화 시 전선에 유의미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내달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4개국(AP4)을 초청한 것을 두고는 북한, 중국의 도전 및 위협에 맞서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어떤 종류의 군사 지원도 환영한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결정은 한국의 몫"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한국은 첨단 방위산업이 구축돼 있고, 고급 역량을 갖추고 있다. 대규모 탄약도 보유하고 있고, 이 밖에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의 무기가 직접 전달될 경우 전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당연히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나토 차원에서 한국의 '무기 지원 재검토' 방침과 관련한 입장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각의 지원을 동등시 하려는(equalize) 하려는 모든 시도는 완전히 틀린 것(completely wrong)"이라고 힘줘 말했다. 두 문제 사이에는 등가성이 성립하지 않는 만큼, 동일선상에 놓고 취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대(對)러시아 지원과 한국의 우크라이나 잠재적 지원 간에 어떤 도덕적 등가성(moral equivalence)을 부여해선 안 된다"며 "이 전쟁은 러시아가 국제법을 위반하고 이웃 국가를 침공한 전쟁이므로 러시아의 불법 전쟁에 대한 지원도 당연히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자위권을 행사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합법이다. 유엔 헌장에도 명시된 권리"라며 "대(對) 우크라이나 지원이 한국이나 나토 동맹들을 전쟁의 당사자로 만들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에 대해 비난을 퍼붓고 있는 가운데, 이 현안이 한국에서 여전히 민감한 주제인 점을 고려한 듯 발언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부각,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기간 북러가 군사동맹에 준하는 내용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것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한다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하는 등 러시아 인사들은 연일 한국 무기 공급 문제에 대해 비난을 가하며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북한을 향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전쟁을 지원해선 안 된다"며 "국제법을 위반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북한, 러시아는 나토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실패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북한은 지역 안정에 위협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안정에도 위협"이라며 "나토와 한국이 가까운 파트너로서 북한이 제기하는 도전과 위협에 함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터뷰는 내달 9∼11일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졌다. 나토는 올해로 3년 연속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태 4개국 정상들을 초청했다.
이에 대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 파트너국들 가운데 한국 및 아태 파트너들만큼 역량을 갖춘 국가가 없다"며 "안보는 지역 현안이 아닌 글로벌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토는 북미와 유럽지역 동맹으로 남겠지만, 동시에 글로벌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국이 제기하는 안보 도전을 비롯해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과 논의 중인 협력 분야와 관련해서는 사이버, 군비통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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