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매체 팬페이지 탐사보도로 이탈리아 발칵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의 청년 당원들이 친 파시스트, 반유대주의 발언을 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매체에 따르면 이 동영상은 이탈리아 온라인매체 팬페이지의 한 기자가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청년 지부인 '국민 청년'의 행사에 잠입해 촬영한 것이다.
팬페이지는 '멜로니의 청년들'이라는 제목으로 FdI의 청년 당원들이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지칭하는 '두체'(Duce·지도자)와 나치 구호인 '지크 하일'(Sieg Heil·승리 만세)을 외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또한 FdI 소속 상원의원인 에스테르 미엘리를 유대인 출신이라고 조롱하고, 인종차별적 폭언이 담긴 '국민 청년' 단체 채팅방 발언도 폭로했다.
팬페이지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14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방송해 큰 파장을 낳았다.
멜로니 총리가 아직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제1·2야당인 민주당(PD)과 오성운동(M5S)은 멜로니 정부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군소 야당인 녹색당과 좌파 연합은 '국민 청년'의 해체를 촉구했다.
빅토르 파드룬 로마 유대인 공동체 회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로마 유대인 공동체는 팬페이지 탐사보도에서 드러난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의 수치스러운 모습을 비난한다"고 밝혔다.
파드룬 회장은 미엘리 상원의원을 지지한다면서 "모든 형태의 증오와 차별에 대해 사회와 기관이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며 FdI에 청년 당원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FdI는 일부 청년 당원들이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양립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멜로니 총리와 함께 FdI를 공동 창립한 이냐치오 라루사 상원의장은 "청년 당원들이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며 "발언의 피해자인 미엘리 상원의원에게 진심으로 애정 어린 연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 자유, 인간 존엄성 존중 등 우리 당이 추구하는 가치의 대척점에 있는 모든 형태의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를 단호하게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조반니 돈첼리 FdI 하원의원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FdI에는 인종주의자, 극단주의자, 반유대주의자를 위한 자리는 없다"며 "유포된 동영상에 나온 발언은 어떤 맥락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사(ANSA) 통신은 이번 사태로 '국민 청년'의 리더격인 주요 간부 2명이 사임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2014년에 설립된 '국민 청년'은 수천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12월 국민 청년 행사에 직접 참석해 "놀라운 젊은이들"이라며 회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바 있다.
멜로니 총리는 무솔리니를 추종하는 네오 파시스트 정당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가 창립한 FdI의 전신이 바로 MSI다.
멜로니 총리는 과거 10대 시절에 "무솔리니는 좋은 정치인이었다. 그가 한 모든 것은 이탈리아를 위한 것이었다"고 찬양했지만, 집권 이후에는 무솔리니 통치에 대해 "우리 역사상 최악의 시기"라며 파시즘과 선을 그었다.
안사 통신은 이번 사태가 이달 초 유럽의회 선거에서 승리하며 온건파 이미지를 굳히고자 했던 멜로니 총리와 FdI를 뒤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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