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낙태·불법이민 등 현안마다 입장차 충돌…인신공격도 난무
바이든 "트럼프, 호구·패배자" vs 트럼프 "바이든도 퇴임하면 기소"
감기 걸린 바이든 기대 이하 모습에 고령논란 재점화…민주당 '패닉'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백악관의 주인 자리를 두고 4년 만에 재대결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첫 TV토론에서 맞붙었다.
지금까지의 초박빙 판세를 뒤집을 변수로 주목받은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고령 논란이 재차 불거질 형국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장과 거짓말을 뒤섞은 특유의 화법으로 불편한 질문을 능수능란하게 피해 가면서도 더 활력 있는 모습을 보여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후보는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90분간의 TV토론에서 경제, 낙태, 불법 이민,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복지, 마약 등 주제마다 격돌했다.
첫 주제인 경제 문제에서부터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락하는 경제"를 넘겨줬다고 주장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정말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반격하는 등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토론 내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답변하기 싫은 질문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그 시간을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사용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시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조건을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전쟁 책임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돌리다가 진행자가 다시 묻자 그제서야 "아니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전쟁범죄자"라며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다른 유럽 동맹과 미국도 안전할 수 있다고 강력히 주장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확실한 대조를 이뤘다.
낙태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에 많은 여성이 반발하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이 공세를 취할 수 있는 현안이지만 그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는 각 주(州)가 판단해야 할 문제이며 강간이나 불륜, 임신부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적인 낙태는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료하게 설명했다.
대선 결과 승복 여부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라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면서도 자신에 대한 형사 기소가 출마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기한 대선사기 주장을 어떤 법원에서도 인정하지 않은 사실을 상기시킨 뒤 "당신은 투덜이(whiner)이기 때문에, 당신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공격했다.
진행자는 바이든 대통령(81)과 트럼프 전 대통령(78)의 나이를 둘러싼 유권자의 우려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남자는 나보다 3살 어리고 훨씬 무능력하다"며 화살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돌리려고 했지만,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오히려 그의 나이에 대한 유권자의 불안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목이 쉰 듯한 소리를 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가 문장 끝에 무슨 말을 했는지 정말 모르겠고 그도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공격했다.
미국 언론은 대체로 바이든 대통령이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은 빠르게 말했고 두서없이 답변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말끝을 더듬거렸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많은 유권자가 트럼프의 에너지와 활력과, 자기주장을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바이든의 현저한 차이를 기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떨리는 목소리와 일관성 없는 답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에 패닉했다면서 이번 토론이 민주당의 "악몽"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감기에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토론에선 발언 순서가 아닌 후보의 마이크는 꺼두도록 조치해 토론 중 상대방 말 끊기와 상호 비방으로 점철된 4년 전 첫 TV토론에 비해 대체로 차분하게 진행됐지만 감정적인 충돌이 없지는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참전용사 대우를 문제삼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미군 전사자를 '호구'(sucker)와 '패배자'(loser)라고 칭한 것을 언급하고서 "내 아들은 패배자나 호구가 아니었다. 당신이 호구이고, 당신이 패배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 보는 이라크에서 복무했으며 뇌암으로 2015년에 사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성추문 입막음 돈'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을 물고 늘어지며 "이 무대에 있는 유일한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 "도둑고양이의 도덕성을 가졌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역시 재임 중 일로 기소된 중죄인이 될 수 있다. 조는 그가 재임 중 한 모든 일로 기소될 수 있다"고 공격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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