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총리, 모사드 전 국장, 노벨상 수상자 등 NYT에 기고문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전직 총리를 포함한 이스라엘의 저명인사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상·하원 합동 연설에 초청한 미국 의회에 이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에후드 바라크 전 총리 등 이스라엘 저명인사 6명은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미국 의회가 "네타냐후 총리를 초청한 것은 끔찍한 실수"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미 의회는 앞서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존슨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명의로 네타냐후 총리에게 상·하원 합동연설 초청 서한을 보냈다.
네타냐후 총리는 "양원에서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영광을 얻었다"며 초청을 수락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저명인사들은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국민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자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국내적으로 권위주의적 통치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스라엘 저명인사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미국 의회의 초청은 평화 계획을 수립하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을 대놓고 무시하는 네타냐후에게 오히려 보상을 해주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네타냐후 정부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한다면 오히려 지지 기반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네타냐후의 지지자들이 가자전쟁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네타냐후의 미국 의회 연설은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고문에는 바라크 전 총리 외에도 타미르 파르도 전 모사드 국장, 탈리아 사손 전 이스라엘 법무부 국장, 200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치에하노베르,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 다비드 하렐 이스라엘 인문과학아카데미 원장이 서명했다.
이와는 별개로 미국 정치권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네타냐후 총리를 '전범'으로 규정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이어 민주당의 짐 맥거번 하원의원도 연설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도 네타냐후 총리의 의회 연설에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전쟁을 놓고 조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을 빚은 네타냐후 총리가 의회 연설을 통해 미국을 비판할 경우 연임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kom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