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공공택지서 美반도체기업 매입부지 제외…R&D센터 짓기로

입력 2024-06-30 06:15  

결국 공공택지서 美반도체기업 매입부지 제외…R&D센터 짓기로
매입 3개월만에 공공택지 후보 된 AMAT 오산 R&D센터 부지
대체부지 협상 결렬 뒤 공공택지 제척으로 결론
정부 부처-지차체 행정 '엇박자', 7개월만에 결자해지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의 연구개발(R&D)센터 건립을 위해 정부가 결국 AMAT가 매입한 경기 오산시 가장동 부지를 공공택지 후보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AMAT R&D센터는 정부가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투자를 유지했다고 홍보한 건이다.
그러나 중앙 부처, 지방자치단체 간 엇박자로 AMAT가 매입한 땅에 R&D센터를 짓지 못할 위기에 놓이자 형평성 논란을 무릅쓰고 '제척' 결론을 내렸다.
30일 경기도, 오산시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산시는 이달 5일부터 19일까지 '오산세교3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관한 주민 동의 의견청취 재공고'를 진행했다.
오산세교3 공공주택지구 후보지에서 AMAT가 매입한 부지를 제척해 면적을 기존 432만9천552㎡에서 430만8천6㎡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변경된 후보지를 오산세교3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는 핵심 공정 관련 장비를 만드는 회사인 AMAT는 기존 매입 부지에 R&D센터를 지을 수 있게 됐다.
AMAT는 지난해 8월 21일 오산시 가장동 일대 1만8천여㎡ 땅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반도체 장비 R&D센터를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땅은 같은 해 11월 15월 국토부가 발표한 오산세교3(3만1천가구 규모) 공공택지 후보지에 포함됐다.
공공택지로 지정되면 개발 행위가 금지돼 R&D센터 건립이 불가능해진다.
국토부가 신규 택지 지정 전 협의하는 과정에서 오산시는 AMAT의 투자 계획을 알려주지 않았고, AMAT 등 반도체산업 관련 투자 유치를 총괄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부 사이 소통마저 원활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AMAT 유치를 앞다퉈 실적으로 홍보했지만, 정작 실무에서 손발을 맞추지 못해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AMAT가 토지 대금 납부 이후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상태라면 바로 제척 대상이 될 수 있었으나, 오산세교3 신규 택지 발표 당시 등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였다.



공공택지 발표 이후 문제를 파악한 국토부, 산업부, 경기도, 오산시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산시는 서울대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2010년 매입했으나 유치 실패로 유휴 부지가 된 내삼미동 땅을 AMAT에 대체 부지로 제안했다.
AMAT도 가장동보다 조건이 좋은 내삼미동 부지에 긍정적 의사를 표해 올해 3월에는 오산시의회 승인까지 거쳤다.
그러나 감정평가액을 토대로 협상하는 과정에서 낮은 가격에 땅을 매입하고 싶어 하는 AMAT와 특혜 시비를 우려한 오산시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AMAT가 매입한 가장동 부지를 집 지을 땅(공공주택지구)에서 제외해 R&D센터를 지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제척 방안은 당초 대체 부지 제공과 함께 거론됐으나 다른 공공주택지구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체 부지부터 논의한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부담이 뒤따르는 '공공주택지구 제척'이라는 예외를 두며 정부가 결자해지를 하게 된 셈이다.
경기도는 AMAT의 R&D센터 건립이 지연되지 않도록 긴밀히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산시 관계자도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등 지자체에서 지원하면 R&D센터 건립 일정이 크게 어긋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산세교3 공공주택지구에 대해서는 현재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이후 재해영향성평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구 지정이 완료된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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