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관계개선' 개혁파 vs '하메네이 측근' 보수강경파, 향배는

입력 2024-06-30 11:13  

'서방 관계개선' 개혁파 vs '하메네이 측근' 보수강경파, 향배는
투표율 저조속 지지층 결집 관건…하메네이의 의중도 변수


(테헤란=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내달 5일 치러지는 이란 대통령 선거의 최종 대진표가 중도·개혁 성향 마수드 페제시키안(70) 마즐리스(의회) 의원과 강경 보수파이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충성파'로 평가받는 사이드 잘릴리(59) 전 외무차관의 맞대결로 확정됐다.
29일(현지시간) 뚜껑이 열린 이란 대선에서 의사 출신 페제시키안 의원이 깜짝 1위를 차지하며 이변을 연출했지만, 과반 득표에는 못 미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대선 결과는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헬기 추락사라는 급변사태 이후 혼란상이 커진 이란 민심의 향배를 보여줄 가늠자라는 점에서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란은 이슬람 성직자인 최고지도자가 권력서열 1위로서 모든 실권을 쥔 신정체제인만큼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자체가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투표로 선출된 행정부 수반이라는 점에서 하메니이를 정점으로 하는 권력지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외 정책 노선 등에도 여파가 미친다는 점에서 서방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30일 국영 IRNA 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 28일 치러진 대선 투표의 개표결과 페제시키안이 42.5%를 득표해 1위였고 잘릴리가 38.6%로 2위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내달 5일 이 두명을 놓고 결선이 열린다.
페제시키안은 심장외과의 출신이라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온건·개혁 성향의 모하마드 하타미 정부에서 의사 경력을 발판삼아 보건부 차관으로 발탁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서방과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 제재 완화, 히잡 착용 여부에 대한 단속 합리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개혁 성향 및 젊은 표심을 두드렸다.
잘릴리는 외교관 출신으로 2007년과 2013년 이란핵협상 대표로 서방과 상대했다. 당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옹호하며 서방과 대치해 국제사회에서 강경파로 인식됐다.
그는 1980∼1988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혁명수비대에 입대해 참전했다가 전투에서 하체를 심하게 다쳐 오른쪽 다리 아랫부분을 절단한 일로 '살아있는 순교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결국 결선의 승패는 어느 쪽이 더 지지층을 결집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진영이 1차 투표에서 3명의 후보로 분산됐던 표심을 모아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페제시키안이 경제난과 히잡 시위 여파 속에서 정치 불신이 심화한 개혁 성향의 젊은 유권자들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견인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AP 통신은 "페제시키안 캠프는 신권정치 아래에서 경제난과 대규모 시위까지 겪으며 분노가 고조된 가운데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들을 결선에 끌어들여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투표율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 공화국이 건립된 이래로 최저치다. 현지 언론은 40%대라고 보도했으나 서방 매체는 그에 못미친 39.9%로 계산됐다고 지적했다.
주요 외신도 2021년 대선 투표율이 48.8%, 올해 3월 총선 40.6%에 이어 전국단위 선거에서 세번 연속 투표율이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1차 투표에서 경제난과 히잡시위 여파 등에 따른 현 집권층에 대한 민심 이반 현주소가 드러나긴 했지만, 투표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저조했다는 것은 페제시키안에 대한 지지가 충분한 바람을 일으키는데는 역부족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치 전반에 대한 냉소와 혐오가 팽배한 가운데 페제시키안이 남은 기간 정치 무관심층으로 돌아선 개혁 성향 및 젊은 층의 마음을 충분히 돌리지 못한다면 1차 투표에서의 돌풍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메네이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의 의중이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앞서 하메네이는 지난 25일 연설에서 대선 후보들을 향해 "혁명에, 이슬람 체제에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자는 당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슬람 혁명 노선에서 벗어난 친서방 성향의 후보와 연대하지 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페제시키안에 대한 '비토'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하메네이는 보수파 승리 가능성을 높이고자 자신의 시각을 반영하고 라이시의 강경 노선을 이어받을 대통령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페제시키안 자체도 하메네이에 반하는 정치인은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영국 BBC 방송은 "페제시키안은 개혁주의자로 여겨지지만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방과 대화를 통한 제재 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페제시키안이 당선된다면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도 서방 언론에서 나왔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의 시아파 신권정치에서 궁극적인 권한은 국가안보, 외교정책 등 중요 사안에 최종 결정권을 가진 하메네이에게 있지만 정부 수반이자 권력서열 2위인 대통령은 경제정책을 설정하고 도덕규범을 얼마나 엄격해 시행할지에 영향을 미치고, 다른 국가와 외교를 이끌 수 있다'고 짚었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