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내 '외딴섬' 조성 검토…"밖에선 하마스 소탕"

입력 2024-06-30 13:42  

이스라엘, 가자 내 '외딴섬' 조성 검토…"밖에선 하마스 소탕"
WSJ, 이스라엘 당국자·소식통 인용 보도…전후 통치 구상으로 거론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 전후 구상의 하나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격리할 '외딴섬' 같은 구역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현직 이스라엘 당국자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와 군부 일각에서는 전후 가자에 하마스와 무관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임시 피란처로 지낼 '구역'을 만든다는 계획(bubble plan)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검토 단계에서는 이같은 구역이 가자지구 북부에 조성되며, 구역 밖에서는 남은 하마스 대원들을 소탕하겠다는 게 이스라엘의 계획이라는 것이다.
구역 내 주민들은 구호품 배분 등에 참여하며, 이 과정을 미국과 아랍 국가들이 관리하게 된다.
구역 밖에선 이스라엘군이 전투를 이어가며 하마스 소탕에 더 많은 병력을 배치하게 된다.
올해 초 이스라엘군은 가자 주민들과 협력해 구호품을 배급하려고 했지만, 하마스가 주민들을 겁박하는 바람에 중단됐다. 일부 주민들은 하마스에 살해되기도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같은 구상과 관련해 언급을 거부했다.
다만 이스라엘 전현직 당국자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정부 당국자 사이에서 논의되는 이같은 구상에 대해 언급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전후 계획을 시급히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곧 저강도 전투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둔 병력을 줄일 수 있지만 뚜렷한 구상이 없으면 혼란은 가중될 수 있다. 레바논 국경에서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위험이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각계에선 다양한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집권여당 리쿠드당은 보안에 초점을 맞춘 다른 계획을 지지한다. 가자 주변에 요새화된 방어선을 만들고 이를 가로지르는 두개의 회랑을 만들어 이스라엘군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기습공격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부 이스라엘 싱크탱크는 이스라엘의 완전한 가자 점령을 주장한다.
우파 싱크탱크 미스가브 국가안보·시온주의 전략 연구소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활동 중인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 전사의 약 75%가 전투 능력을 잃어야 다른 보안 부대가 대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단체 마인드 이스라엘은 새 팔레스타인 통치기구 창설을 위해 미, 아랍국가와의 협력을 주장한다.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약속 없이는 가자 문제에 개입을 꺼리는 아랍 국가들과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하는 네타냐후 총리 입장 사이 일종의 중재안이다.
이들은 작년 10월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지금 국가 수립으로 보상받아서는 안 된다며,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 논의는 전후 5년이 지난 뒤에 시작돼야 한다고 말한다.
미 싱크탱크 윌슨 센터는 미국이 가자의 안보를 관리하는 국제 경찰력을 창설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임무를 팔레스타인 행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들은 몇 달간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이 계획을 논의하고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와 정치 사정에 맞춰 일부 변경하기도 했지만, 총리실에서 막혔다고 한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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