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간첩법 1년…외국인 우려에도 "강철 만리장성" 자체 평가

입력 2024-07-01 11:30  

中 반간첩법 1년…외국인 우려에도 "강철 만리장성" 자체 평가
국가안전부 "안보 리스크 효과적 해소…기고만장한 해외기관 두려움에 떨게 해"
'안보·국익 관련 데이터 취득·제공' 처벌…자의적 적용 우려 속 외국인 투자↓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자의성과 폐쇄성 우려 속에 지난해 개정된 중국의 반(反)간첩법이 시행 1년을 맞은 가운데, 중국 방첩당국은 반간첩법 덕에 안보 강화 '성과'가 컸다는 자체 평가를 내놨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1일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을 통해 "새로 개정된 반간첩법이 정식 시행 1주년이 됐다"며 "지난 1년간 국가안보기관은 발전과 안보, 전통적 안보와 비전통적 안보를 통합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불법 범죄 활동을 징벌했고, 여러 국가 안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해소했다"고 자평했다.
국가안전부는 이어 "엄격·규범화·공정·문명화 법 집행을 견지하면서 미국 간첩 량청윈 사건과 영국 해외정보국(MI6) 간첩 사건 등 일련의 중대 간첩 사건을 적발했다"며 "'10대 간첩 사건'과 '10대 공민(시민) 신고 사건' 특별 홍보로 기고만장한 해외 간첩·정보기관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전 사회적 반간첩·방첩 의식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의 강철 장성(만리장성)이 더욱 견고해지도록 수호했다"고 덧붙였다.
작년 7월 1일 발효한 중국의 개정 반간첩법은 형법상 간첩죄(경미한 경우 징역 3∼10년, 사안 엄중하면 무기징역·사형도 가능)와 국가기밀누설죄(경미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최대 무기징역 가능)의 하위법 개념으로, 간첩 행위의 범위와 수사 관련 규정 등을 담았다.
개정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간첩 행위'에 '기밀 정보 및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을 명시한 것이다.
또 간첩 혐의와 관련한 행정 처분을 강화해 특정인의 행위가 형법상 간첩죄로 처벌할 수준에 미달하더라도 행정 구류(최장 37일) 같은 사실상의 처벌을 할 수 있게 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울러 중국의 국민·조직 또는 기타 조건을 활용한 제3국 겨냥 간첩 활동이 중국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경우 반간첩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무엇이 '안보'나 '국익'과 관련된 것인지, '중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인지 규정할 권한은 중국 당국에 있으므로 이 범위는 언제든 자의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사업가나 기업 주재원, 유학생 등 중국 내 외국인은 물론 외국인과 자주 교류하는 중국인은 중국 내 정보·통계 등을 검색하거나 주고받을 때 언제든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중국 주재 각국 대사관은 작년부터 자국 교민에게 주의를 요청하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반간첩법 처벌 대상인지는 실제 처벌이 이뤄지기 전까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가안전부는 작년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강경한 반간첩법 적용 방침을 밝혔다가 해외 우려가 너무 크다고 판단하면 수습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모든 개인·조직의 전자장비와 시설 등을 검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발표한 뒤 중국에 입국하는 여행객이 '휴대전화 불심검문'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에 퍼지자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는 공식 반응을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작년 12월에는 "반간첩법이 외국 기업과 외국인의 중국 내 합법적 경영·투자·업무·학업·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외국인을 안심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국가안전부는 해외 근무 자국 회사원이나 중국에서 영업 중인 해외 컨설팅업체처럼 시기마다 '표적'을 잡아 안보 위협이 있다고 선전해왔다.
중국 각급 당국의 '자발적'인 반간첩법 규정 적용도 혼란을 키웠다. 충칭시는 작년 9월 중국 주요 도시 중 처음으로 '외국과의 모든 교류'에 대해 안보 심사를 하겠다는 자체 규정을 신설했고, 당정과 연구기관 상당수가 그간 업무 때문에 외국인과 접촉해온 관료들에게 일일이 보고를 요구하며 사실상 개별적인 교류를 막았다. 일부 기관의 반간첩법 강화 적용 사례는 '모범'으로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한편에선 '시진핑 3기' 들어 '발전과 안보의 통합'을 부쩍 강조해온 중국이 경제 회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안보'에 유독 치중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상무부 등 경제 부문이 장관까지 나서 직접 해외 기업 경영자들을 만나며 투자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지만, 이와 동시에 국가안전부가 "간첩을 조심하라"는 메시지로 '찬물'을 끼얹는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대(對)중국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총 4천125억1천만위안(약 78조7천억원)으로 코로나19 봉쇄 종료 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본격화한 작년 동기보다 28.2% 줄었다.
xi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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