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충돌 피하며 우크라전 지원 서방국가 불안·균열 노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을 상대로 하이브리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이브리드 공격은 직접적인 군사력 사용 대신 사이버 공격이나 방화, 허위 정보 유포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해 상대 진영의 사회 불안과 균열 등을 노리는 작전을 가리킨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사이에 유럽 전역에서 러시아가 배후일 가능성이 높은 하이브리드 공격 의심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프랑스 당국은 이달 초 폭발 사고로 다친 폭탄 제조 용의자를 구금하고 대테러 조사에 착수했다.
폴란드에서는 지난 5월 바르샤바의 한 쇼핑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 러시아가 연루돼 있는지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독일계 러시아인 2명이 우크라이나군 훈련장소로 쓰이는 독일 내 미군기지를 염탐하고 공격을 모의한 혐의로 붙잡혔다.
스페인에서는 러시아인 망명자가 총에 맞아 숨지고, 리투아니아에서는 망명한 러시아의 야권 인사가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잔인하게 폭행당했다.
이들 사건은 모두 나토 회원국에서 일어난 일로, 현지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을 상대로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주 캐나다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리는 전면적 군사 공격은 아닌 위협을 받고 있는데 이는 하이브리드 위협"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정치적 과정에 대한 개입, 정치제도 신뢰 약화, 허위 정보, 사이버 공격, 사보타주(파괴 공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로드 손턴 국방학 강사는 러시아가 나토와의 전면전 대안으로 사보타주 작전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턴 강사는 러시아가 나토와의 무력 충돌로 번지지 않는 수준의 공격을 하며 이런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명확한 청사진이 없는 나토의 분열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한다는 원칙을 담은 나토 조약 5조는 배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사보타주와 같은 하이브리드 공격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러시아가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니콜 월코프 연구원은 "이같은 하이브리드 작전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결의와 단결을 약화하려는 러시아의 전쟁 노력의 일부"라며 러시아가 장기적으로 보다 직접적인 대결을 준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 이전부터 나토와의 미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재래식 군사력을 개선하려는 시도와 함께 나토, 서방, 유럽연합(EU)을 상대로 하이브리드 작전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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