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SIS, 위성사진 분석…베후칼 등 4곳 위치 특정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쿠바에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도청 기지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해군기지가 있는 관타나모만에서 약 110㎞ 떨어진 곳에서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곳에 새로운 건설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앞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미 당국자들을 인용, 중국이 쿠바에 도청 시설을 만들고 공동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지만 그 위치가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중국이 쿠바에서 도청기지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CSIS 연구진은 수년간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쿠바가 최근 몇년간 전자 감시 시설을 크게 업그레이드하고 확장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위치를 베후칼, 엘 살라오, 와하이, 칼라바사르 등 네곳으로 특정했다. 지금도 건설이 진행 중이지만 이전에는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곳들이다.
베후칼 등 CSIS가 보고서에 언급한 일부 지역은 이전에 도청 기지로 확인됐던 곳이지만, 위성 사진으로 해당 시설의 역량, 몇년간의 확장, 중국과의 연관성 등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확인됐다고 WSJ은 전했다.
CSIS는 쿠바 수도 아바나 인근 베후칼과 칼라바자르 등 두 곳에 위성을 모니터하고 통신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이는 대형 접시 안테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쿠바에는 위성이 없다며, 이들 안테나는 상당한 우주 프로그램을 가진 중국에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베후칼에 가장 최신 접시 안테나가 설치됐으며, 지난 10년간 이 부지에 있는 다른 인프라도 업그레이드됐다.
네 곳 중 가장 최근의 장소는 엘 살라오에 있다. 엘 살라오는 쿠바 남동부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산티아고 데 쿠바 외곽에 있는 도시로, 관타나모에 있는 미 해군기지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2021년 공사가 시작된 이곳 시설은 원형 배치의 '안테나열(列)'로 알려진 대규모 안테나 대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이 안테나열은 전자 신호를 탐지하고 가로챌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보고서 책임 저자인 CSIS 매슈 푸나이올 선임연구원은 WSJ에 이곳 시설이 완공되면 관타나모 기지에서 나오는 통신 및 기타 전자 신호를 감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 내에서 중국, 러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의 밀착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중국은 페루 태평양 연안에 거대 항구를 건설하고 있고, 러시아는 지난달 쿠바 아바나 항에 핵추진 잠수함을 보내 군사 훈련을 하기도 했다.
CSIS 보고서와 관련, 백악관과 미 국가정보국(DNI)은 코멘트를 거부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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