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수수료는 또 최고치 경신…실적 돌파구 마련 부심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TV 시청 인구 감소로 위기에 직면한 국내 TV홈쇼핑 업계의 방송 매출이 날개 없이 추락하며 5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방송 채널을 사용하는 대가인 송출수수료액은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해 업계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3일 한국TV홈쇼핑협회가 발간한 '2023년 홈쇼핑 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주요 TV홈쇼핑 7개 법인의 지난해 방송 매출액은 2조7천290억원으로 전년(2조8천998억원)보다 5.9% 감소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3조1천462억원)보다는 13.3%나 줄어든 수치다.
전체 매출액에서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도 49.1%로 2022년(49.4%)에 이어 2년 연속 50% 선을 밑돌았다.
방송 매출 비중은 2019년 56.5%, 2020년 52.4%, 2021년 51.4% 등으로 매년 내리막길을 걷다가 2022년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방송 매출 감소세와 맞물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도 3천270억원으로 최근 5년 새 가장 적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영업이익도 코로나19 호황을 누린 2020년 7천44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6천20억원, 2022년 5천26억원으로 가파른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TV홈쇼핑 업계의 이런 실적 부진 위기는 핵심 수익 플랫폼이던 TV 시청률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은 2020년 189분, 2021년 186분, 2022년 183분, 지난해 182분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중장년층과 젊은 층의 이탈 속도가 빠르다.
방통위의 연령별 필수매체 인식 조사(2023) 결과를 보면 TV를 꼭 필요한 매체로 생각하는 비율은 60대(50.8%)와 70대 이상(78.9%)에서만 50%를 넘겼을 뿐 나머지 연령대는 모두 30%를 밑돈다.
유통업계 핵심 소비층인 30대(7.9%)와 40대(12.6%)는 10% 안팎에 불과했고 미래 소비 세력인 10대(0.8%), 20대(3.9%)는 5%도 되지 않았다.
TV홈쇼핑 업체들이 저마다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주요 4대 TV홈쇼핑업체별 지난해 전체 취급고에서 모바일·온라인을 포함한 디지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GS샵이 63.3%로 가장 높고 CJ온스타일 51.8%, 롯데홈쇼핑 50.0%, 현대홈쇼핑[057050] 39.7% 등의 순이다. 현대홈쇼핑을 제외한 3개사는 모두 디지털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송출수수료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업계의 고심이 깊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업자(케이블TV·위성·IPTV)로부터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지불하는 일종의 자릿세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 법인이 유료방송사업자에 낸 송출수수료는 1조9천375억원으로 방송 매출액의 71.0%에 이른다.
전체 액수, 방송 매출액 대비 비율 모두 역대 최고치다. 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해 100원을 벌면 이 중 71원이 송출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은 2019년 49.3%, 2022년 54.2%, 2021년 60.0%, 2022년 65.7% 등으로 매년 수직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TV홈쇼핑사의 전체 판매 수수료 중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55.6%로 물류비(4.5%)나 카드수수료(6.8%)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TV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TV 시청률과는 반대로 치솟기만 하는 송출수수료가 전체 실적을 짓누르고 있다"며 "이제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TV홈쇼핑 업계는 유료방송사업자와 올해 송출수수료 인하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유료방송사업자도 TV 시청인구 감소라는 같은 위기 요소를 공유하고 있어 접점을 쉽게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양측이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다 지난해와 같은 '블랙아웃'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자율로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미디어 컨설팅업체 오픈루트의 김용희 전문위원은 "자율적인 기준과 협상으로 해결하기에는 사업자 간 견해차가 너무 크다"며 "정부가 이를 사업자 간 분쟁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산업 활성화와 고객 후생을 위해 송출수수료의 타당성을 확인하고 모니터링하는 등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고 짚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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