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특권 결정 여파…트럼프측 '유죄평결 파기' 주장·선고연기 요청
판사 수용시 오는 11일 예정된 형량 선고, 최소 수주일 늦춰질듯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돈'의 형량 선고일을 늦춰 달라는 트럼프 측 변호인의 요청에 검찰도 "반대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담당 판사가 선고일 연기 요청을 수용할 경우 이달 11일로 예정됐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량 선고가 최소 수주일 이상 늦춰질 전망이다.
뉴욕 맨해튼지검은 이날 법원에 제출한 서한에서 선고일을 늦춰달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요청에 대해 "실익이 없다"면서도 연방대법원 판결 영향과 관련해 선고일 연기가 필요하다는 피고인 요청을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전 변호인 측 서한에 대한 답변서를 이달 24일까지 제출하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전날 맨해튼 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에게 서한을 보내 연방 대법원 결정 내용을 파악하고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동안 오는 11일로 예정된 형량 선고 일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결정 내용을 반영해 입막음 돈 재판 유죄 평결을 파기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오는 10일까지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도 재임 중 한 공적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인정된다는 연방 대법원 결정이 나온 직후였다.
지난 1일 연방 대법원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는 퇴임 이후에도 형사 기소 면제 대상'이라는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
대법원은 전날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 행위는 면책 특권이 있으나 사적 행위는 면책특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연방 대법원의 결정이 재판 초기 변호인단이 제기했던 방어 논리가 합당했음을 확인해준다면서, 검찰 측이 공적 행위라고 간주하는 일부 증거의 제출을 배제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에 대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포함한 일부 증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직 시절에 나온 것으로, 면책 보호로 인해 재판 증거물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다만, 지난해 이 사건을 뉴욕 법원에서 연방 법원으로 옮기려던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기각했던 한 연방 판사는 당시 이 사건의 핵심 혐의는 '사생활'과 관련이 있으며, "대통령의 공적 직무와는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코언을 통해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약 1억7천만원)를 지급한 뒤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맨해튼 주민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34개 범죄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라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앞서 머천 판사는 오는 11일 형량을 선고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