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 "마크롱, 주요 직책 인선 소문…행정 쿠데타"
엘리제궁 "르펜, 거짓말에 정보 조작" 비판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조기 총선을 통해 차기 총리 배출이 유력해진 극우 정당과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벌써 정부 운영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전날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에 출연해 "마크롱 대통령이 총선 2차 투표를 나흘 앞둔 3일 경찰청장, 헌병대장, 지방 행정관 등 일부 주요 직책에 새 사람을 임명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1차 투표 직전 국무회의에서 공군 참모총장, 파리 사령관, 외무부 EU 담당 국장, 재외 공관 대사 일부 등을 임명했는데 후속으로 이번 주 국무회의에서도 요직에 자기 사람을 앉힐 수 있다는 것이다.
르펜 의원은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가 차기 총리가 됐을 때 그의 뜻대로 나라를 통치할 수 없게 막으려는 마크롱 진영의 "행정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이에 엘리제궁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인사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프랑스 헌법 13조는 대통령은 국가의 일반 공무원 및 군 공무원을 임명하고 대사 및 특사, 지방 행정관, 자치정부 대표 등은 국무회의에서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엘리제궁은 이어 "(5공화국 이래) 66년 동안 매주, 특히 여름철엔 정치적 분위기와 상관없이 인사이동이 있었다"면서 르펜 의원을 향해 "냉정함과 절제를 갖추라"고 말했다.
한 엘리제궁 관계자도 르파리지앵에 "RN이 헌법 적용을 쿠데타 준비로 본다면 이미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국가인쇄소장 등 일부 직책의 인선이 발표됐으나 르펜 의원이 거론한 경찰청장이나 헌병대장 등의 인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프리스카 테베노 정부 대변인은 국무회의 뒤 브리핑에서 "우리는 르펜이 거짓말했다는 걸 알고 있으며 이제 그가 정보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헌법이나 국가 기관의 작동에 대해 매우 무지하고 앞으로 국회에서 함께 일하고자 하는 인물들도 마찬가지"라며 "극우에겐 단 한 표도 줘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법학계에서는 공직 임명권이 대통령과 총리의 공유 권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프랑스 헌법 19조는 의회 해산, 비상 권한 발동, 대통령 몫의 헌법위원회 위원 임명 등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의 모든 행위에 대해 총리가, 필요에 따라서는 담당 장관도 함께 서명하도록 규정한다.
헌법학자 마티외 카르팡티에르는 일간 르몽드에 "총리는 자신의 대의를 지지하는 고위 공무원을 임명하고 싶을 테지만 대통령이 서명하지 않으면 임명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 반대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의견 불일치는 교착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법학자 루시 시퐁치아도 "인사는 대통령과 총리 간 다툼의 소재가 될 수 있다"며 헌법상 이런 불일치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유일한 탈출구는 합의뿐"이라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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