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첩기관 국가안전부 소속 파리 지부장과 보좌역
반체제 인사 강제 송환·납치 시도…中대사관 논평 거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중국 공작원 두 명이 중국으로 쫓겨나게 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3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가 파리 주재 중국 대사관에 있는 국가안전부 책임자와 그 보좌역 등 2명에게 프랑스를 떠나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엘리제궁에서 결정했고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동안 비밀로 유지됐다고 르몽드는 보도했다.
외무부 관계자는 이들이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된 것은 아니며 '상호 합의'로 출국을 요청했다고 르몽드에 밝혔다.
이들은 프랑스 내 중국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협박과 강제 송환 시도를 주도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르몽드가 앞서 입수한 국내보안국(DGSI)과 파리경시청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올해 3월 22일 26세의 중국 반체제 인사 링화잔은 샤를 드골 공항에서 7명의 남성에게 떠밀려 비행기에 강제 탑승할 뻔했다.
당시 공항 내 프랑스 국경수비대가 개입해 링화잔의 중국 강제 송환은 불발됐다. 링화잔은 이들에게 여권도 빼앗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8일엔 파리 18구에 사는 위구르족 출신의 카자흐스탄 여성 굴바하르 잘릴로바가 납치당할 뻔했다.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10여명의 남성과 맞닥뜨렸으며 이들 중 한 명에게서 중국 공무여권을 발견했다.
사건이 일어난 5월8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7일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고 돌아간 다음날이다. 시 주석의 프랑스 방문에 앞서 파리 시내에선 위구르 출신들의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 당국은 두 사건에 연루된 일당의 지휘자가 중국 방첩기관 국가안전부의 파리 지부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1983년 설립된 중국 국가안전부는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의 기능을 합친 조직으로 첩보·간첩 색출 등을 담당한다. 이들이 유럽 내 첩보활동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초 프랑스 당국은 3월 사건이 터진 이후 이들 두 명에게 출국을 요청하려 했으나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예정돼 일정을 연기했다고 르몽드는 보도했다.
르몽드는 이번 출국 요청 건과 관련해 중국 대사관에 입장을 물었으나 대사관 측은 논평을 거부했다.
중국 대사관은 앞서 링화잔과 잘릴로바 사건에 대한 르몽드의 질의에 연관성을 부인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