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조기총선 2차 결선투표를 앞둔 프랑스에서 체육계 등 유명인사들의 극우 반대 목소리가 잇따라 나온 가운데 세계적 프랑스 가수 아야 나카무라(29)도 극우정당 국민연합(RN)에 투표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민자 가정 출신인 나카무라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프랑스 내의 인종차별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할만한 상황에 있다"며 극우 반대 메시지를 전달했다.
나카무라는 이전에는 특정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유명 아티스트로서 "중요한 순간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팬들에게 "유일하게 비난받아야 할 극단세력"에 반대하는 투표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나카무라는 다른 글에서 알파벳 'f'로 시작하는 영어 비속어를 사용해 "국민연합 꺼져라"라고 비난해 RN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해당 게시물은 이후 삭제됐다.
나카무라는 2018년 발표한 앨범 '나카무라'가 전 세계에서 120만장 이상 판매되는 등 프랑스는 물론 존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R&B 가수다. 해외에서 가장 많이 듣는 프랑스어권 여성 아티스트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온 이민자로 성인이 된 뒤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카무라는 활동명으로 미국 인기 드라마 '히어로즈' 속 나카무라 역에서 따왔다.
나카무라는 자신이 올해 초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연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극우파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RN은 이중국적자가 공직에서 일하는 것을 제한하고 프랑스 거주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프랑스 국적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제를 폐지하겠다고 하는 등 강경한 이민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이중국적을 가진 유명 인사들이 특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베냉과 프랑스 이중국적자로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로 뛰는 쥘 쿤데(25)는 지난 1일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 벨기에 전을 끝낸 뒤 프랑스가 가고 있는 방향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쿤데는 극우 정당이 더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RN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축구 스타이자 프랑스 국가대표팀 주장인 킬리안 음바페도 극단주의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바페는 아버지는 카메룬, 어머니는 알제리 출신인 이민자 가정 2세다.
음바페는 지난달 16일 유로2024 기자회견에서 "정치와 축구를 섞지 말라고 하지만 이것은 내일 경기보다 중요한 일"이라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구현하지 않은 '국가를 대표'하고 싶지 않다고까지 말했다.
인종차별·반유대주의 성향으로 수십년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져 온 RN과 극우 연합은 지난달 30일 조기총선 1차 투표에서 득표율 33.2%로 1위를 차지했다. 오는 7일 2차 투표에서도 강세가 예상된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르네상스 당 소속인 프리스카 테베노 정부 대변인 일행이 파리 서부 오드센에서 선거 벽보를 붙이다 공격받았다고 폴리티코 등이 이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테베노 대변인은 무사하지만, 일행 중 1명이 턱 골절상을 입었다면서 경찰이 현장에서 다수의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테베노 대변인 일행의 피습 사실을 확인하면서 정치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k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