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척지고 아시아에 공들여 '새 안보체계' 내세운 푸틴

입력 2024-07-04 23:48  

서방 척지고 아시아에 공들여 '새 안보체계' 내세운 푸틴
SCO서 '유라시아 안보체계' 구상 제시…에너지 협력 논의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서방과 대립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유라시아 협력·안보 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그는 "유라시아 협력과 불가분한 안보, 발전을 위한 새로운 체제를 창설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은 일방적으로 특정 국가들에 이익을 주는 유럽 중심의 구식 유로-대서양 모델을 대체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러시아 외무부 회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책이 실패했으므로 이제는 유라시아에서 외국 주둔군을 점쳐 줄여나가고 유럽, 나토 회원국을 포함해 새로운 양자·다자 집단 안보 보장 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서방이 주도하는 기존의 안보 틀에서 벗어나 유라시아에 새로운 안보 체제를 창설하려는 의지를 연거푸 드러내 보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다극 세계가 현실이 됐다"고 진단하면서 SCO 회원국들의 안보 보장이 SCO 내 최우선 과제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며 반서방 진용을 다진 SCO는 푸틴 대통령이 이러한 견해를 전하기 적합한 무대였다. 이날 SCO 회의 후 채택된 '아스타나 선언'에는 SCO 협력이 유라시아의 평등하고 불가분한 안보 구조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집권 5기 시작 이후 중국을 시작으로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북한, 베트남을 이어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는 광폭 외교 행보를 펼치고 있는데 벨라루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시아에 치중된 점이 눈에 띈다.
반서방을 기치로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동쪽 우방국들'의 결집을 시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SCO 정상회의 무대를 활용해 아시아지역 지도자와 연달아 회동하며 에너지 등 경제적 협력 강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전날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날도 모하마드 모크베르 이란 대통령직무대행,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에미르(군주)와 양자 회동했다.
아시아와 연결고리는 러시아에 풍부한 에너지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했으며 샤리프 총리와는 파키스탄에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할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러시아 부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몽골에 대한 에너지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며 러시아가 튀르키예에 건설 중인 아쿠유 원전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크베르 대행에게는 "이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러시아와 이란의 관계가 더 강해질 것"이라며 우호 관계를 재확인했고, 카타르 군주에게는 우크라이나 분쟁 관련 인도주의적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러시아에 초대했다.
SCO 회원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번 회의에 불참했지만, 오는 8∼9일 러시아를 공식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국제·지역 현안과 양국 관계를 의제로 정상회담을 한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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