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석학 "게임이용장애, 정의도 진단 기준도 불명확"

입력 2024-07-05 15:09  

해외 석학 "게임이용장애, 정의도 진단 기준도 불명확"
콘텐츠진흥원·게임산업협회,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 개최
"WHO 질병코드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 아냐"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으로 분류한 이른바 '게임 중독', 즉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질병 분류 코드 도입 문제를 놓고 한국을 찾은 해외 연구자들이 "정의도, 진단 기준도 불명확하다"며 입을 모아 비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게임산업협회는 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 앞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앤드루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는 "이미 성인 절반 이상은 게임이든, 스마트폰이든, 소셜미디어든 기술에 빠져 있다. 하지만 이를 중독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인터넷 게임 이용장애의 경우 모두가 동의하는 명확한 정의조차 내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띠 부오레 틸뷔르흐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도 "물론 질병코드를 도입하면 게임 관련 행동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서도 "게임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아동이나 성인에게 마치 과몰입 장애가 있는 것처럼 낙인을 찍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WHO가 2019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국제질병분류(ICD-11)에 반영하자 국무조정실 주도로 민·관 협의체를 꾸리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에 게임이용장애를 등재할지 여부를 논의해왔다.
KCD는 오는 2025년 개정을 앞둔 만큼, 협의체가 내년까지는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ICD-11에 등재된 질병이 KCD에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없다"며 "과거 추세를 보면 KCD에도 게임이용장애가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쉬빌스키 교수는 "영국의 경우 이전 국제질병분류인 ICD-10을 도입하는 데 20년가량이 걸렸는데, 영국의 국가 의료 체제나 실정과 맞지 않는 내용은 도입하지 않은 것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한덕현 중앙대 정신의학과 교수와 조문석 교수가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코호트 연구 사례와 패널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토론 세션에서는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아 게임이용장애 관련 현안을 주제로 패널들과 의견을 나눴다.
juju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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