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 용의자도 체포…美 "의미 있는 조치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중국이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주원료인 전구체(前驅體) 일부 판매업체를 폐쇄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던 중국이 이를 포함해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작년 말 미중 정상회담 이후 전향적 태도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펜타닐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전구체 일부 판매상 영업을 막았다.
그동안 미국 당국은 전구체가 인터넷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데도 중국 당국이 이를 단속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중국 화학기업들이 펜타닐 전구체를 건네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1·2차 가공을 통해 펜타닐을 제조해 미국 등지로 유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샤오쥔(魏曉軍) 중국 공안부 마약단속국 국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펜타닐 전구체에 대한 단속 캠페인을 벌여 디지털 판매 플랫폼 14개와 온라인 스토어 1천개 이상의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구체 온라인 광고가 크게 줄었다고 웨이 국장은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우려하는 3가지 전구체(4-AP, 1-boc-4-AP, 노르펜타닐)를 통제하기 위한 규제 절차가 몇 달 안에 완료될 것"이라고도 했다.
또 중국 공안은 최근 미국 정보기관 도움을 받아 펜타닐 미국 공급처로 지목된 멕시코 대형 마약 카르텔 시날로아 자금세탁에 관여한 용의자 퉁페이지(27)를 체포했다.
라훌 굽타 미 백악관 국가마약통제정책국장이 방중했던 지난달 미중 양국은 펜타닐 같은 새 합성 마약 위협에 대한 직통 라인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일부 미국 관리는 중국의 이런 노력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을 나타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조치를 보고 있다"며 "특히 지난 몇 주간 행동에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미국이 중국과 양자회담에서 펜타닐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요지부동이었던 중국이 작년 11월 캘리포니아 미중 정상회담 이후 새로운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이들만으로는 펜타닐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면서 중국에 더 많은 조치를 취하라고 계속 압박하고 있다.
다만, 미중간 관세 전쟁 격화와 미국의 대만 무기 지원으로 미중 관계가 점점 더 경색되고 있어 양국 간 펜타닐 협력은 언제든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다.
미국 정부는 펜타닐 같은 합성마약에 따른 약 7만5천명을 포함해 지난해 전국적으로 10만7천명 이상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전년보다는 다소 감소했지만, 2015년과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한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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