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 10여척서 적성평가 안 받은 대원이 기밀 다뤄…해상막료장 사의
가와사키중공업, 비자금으로 잠수함 승조원에게 부정 접대 의혹 제기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해상자위대가 함정에서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중요한 비밀 취급을 맡겨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아사히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이미 해상자위대에 잠수함 등을 납품한 방위산업체가 비자금을 조성해 대원들에게 금품과 음식 대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파문이 확산하던 터라 해상자위대 내부 기강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자격자의 비밀 취급은 해상자위대 호위함대 소속 함정 약 60척 가운데 최소 10여 척에서 이뤄졌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에서 2014년 시행된 특정비밀보호법은 사전 적성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은 사람에게만 방위·외교와 관련된 기밀 정보인 '특정비밀'을 취급하도록 하고 있다.
적성 평가에서는 범죄 이력, 채무, 정신 질환은 물론 음주 경향까지 조사한다.
하지만 해상자위대 일부 함정에서는 적성 평가를 받지 않은 대원이 특정비밀을 다루는 임무를 지속해서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해상자위대는 2022년 당시 호위함 '이나즈마' 함장이 자격이 없는 대원을 특정비밀 취급 직무에 종사하도록 했다고 지난 4월 발표했고, 이를 계기로 다른 호위함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진행했다.
아사히는 "인사이동과 입대 등으로 새롭게 특정비밀을 취급하게 된 대원이 적성 평가를 받았는지 여부를 함정 책임자가 개별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며 무자격자 기밀 취급이 10년 가까이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방위성은 한국 해군본부에 해당하는 해상막료감부에서 특정비밀을 관할하는 지휘통신정보부 역대 부장과 담당 과장, 이 사안과 관계된 함장 등을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상자위대 수장인 사카이 료 해상막료장은 이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뜻을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에게 전달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와는 별도로 기하라 방위상은 전날 방위산업체 가와사키중공업의 해상자위대 부정 접대 문제와 관련해 특별방위감찰 실시를 결정했다.
특별방위감찰은 방위상 특명에 따라 중대한 부정이나 윤리 위반이 의심되는 사안을 조사하는 것을 뜻한다.
앞서 가와사키중공업은 지난해까지 6년간 가공의 하청업체와 거래가 있었다고 속이는 방식을 통해 비자금 10억여엔을 조성했고, 이 돈으로 상품권과 생활용품 등을 구입해 해상자위대 잠수함 승조원들에게 제공하고 음식 접대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해상자위대 잠수함은 가와사키중공업과 미쓰비시중공업이 제조하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연습함을 포함한 잠수함 25척 중 12척을 만들었다.
아사히는 "가와사키중공업은 약 20년 전부터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한다"며 "비자금을 일반 승조원을 포함한 많은 대원 대상 음식 접대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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