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스페인엔 청문회·반덤핑 조사 대응…EU 영향력 큰 벨기에 내 친중 기류 조성?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홍제성 기자 = 중국 정부가 조류 인플루엔자(AI) 발병을 이유로 2020년 말부터 시행 해오던 벨기에산 가금류 수입 중단 조치를 전격 해제했다.
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세관당국인 해관총서는 지난달 30일 자로 홈페이지에 올린 농업농촌부(농업부)와의 공동 발표문 '2024년 제80호'를 통해 "해관총서와 농업부가 2020년 공동으로 발표한 제125호 공고문 효력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두 부처는 "위험 분석 결과 공고문 발표일(6월 30일)을 기해 벨기에에 대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관련 금지 조치가 해제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두 부처는 2020년 제125호 공고문을 통해 "벨기에 관리들이 자국 육계 농장에서 H5N5형 AI가 발생한 사실을 세계보건기구(WHO)에 통보했다"며 "중국 축산업을 보호하고 전염병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같은 해 12월 7일부터 벨기에로부터 가금류 및 관련 제품을 직간접적으로 수입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벨기에산 닭고기 등 가금류 수입 금지 조치는 3년 반여 만에 폐지됐다.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자국산 전기차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 부과 조치에 맞서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벨기에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 상무부는 EU가 중국산 전기차 관세율을 최고 47.6%로 인상하기로 결정한 5일 당일 곧바로 EU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관련 청문회를 18일 개최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스페인, 이탈리아 등과 함께 EU 내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관세 부과를 지지하는 프랑스를 직접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다 지난달 17일 자로 유럽산 돼지고기와 돼지 부산물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키로 함으로써 중국에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스페인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을 낳았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오는 11월 상계관세율 확정 정식 투표를 앞두고 벨기에 내 '친중 분위기' 조성을 노린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EU 순회의장국을 맡았던 벨기에는 수도 브뤼셀에 EU 본부를 두고 있어 회원국 가운데 EU에 대한 영향력이 큰 국가로 꼽힌다.
다만 국내 정치적으로는 지난달 초 치러진 연방 선거에서 소속 정당이 참패한 알렉산더르 더크로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임시 총리직을 맡는 등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잠정 상계관세율은 5일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임시로 적용되며 확정 여부는 오는 11월 EU 회원국 27개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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