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외계행성 대기서 황화수소 첫 발견…행성 형성 환경 단서"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구에서 65광년 떨어진 여우자리에서 2005년 발견된 목성 크기의 가스형 외계행성(HD 189733b) 대기에 달걀이 썩을 때 나는 악취 성분인 황화수소(H₂S)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광웨이 푸 교수팀은 9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관측 데이터를 분석, 외계행성 HD 189733b의 대기에서 물(H₂O), 이산화탄소(CO₂), 일산화탄소(CO)와 함께 황화수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푸 교수는 "황은 탄소, 질소, 산소 등과 함께 더 복잡한 분자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로 행성 형성과 구성 물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 발견이 다른 외계행성을 발견하고 그 행성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D 189733b는 중심별 앞을 통과하며 빛을 가리는 현상(transiting)으로 관측되는 외계행성 중 지구에서 가장 가깝고 뜨거운 가스 행성으로, 중심별과의 거리가 태양-수성의 13분의 1밖에 안 돼 공전주기가 53시간에 불과하다.
특히 927℃의 높은 온도 속에 유리비가 내리는 혹독한 환경이어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없지만, 대기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외계행성의 대기를 연구하는 대상으로 주목받아왔다.
이전 연구에서는 HD 189733b 대기에서 물과 일산화탄소 등 탄소와 산소가 포함된 분자가 발견됐으며, 이산화탄소와 메탄(CH₄)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JWST에 탑재된 근적외선 카메라(NIRCam)를 이용해 2022년 8월 25일과 29일 각각 중심별 앞을 지나는 HD 189733b를 관측했다. 외계행성이 중심별 앞을 지날 때 행성의 대기 부분을 통과한 빛을 분석하면 대기 구성 성분을 알 수 있다.
분석 결과 HD 189733b의 대기에서는 이전에 발견된 물 일산화탄소, 논란이 돼온 이산화탄소가 확인됐으며 황화수소가 새로 발견됐다.
외계행성에서 황화수소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존재 가능성이 제기돼온 메탄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기에 포함된 수소·헬륨보다 무거운 원소의 양(중원소함량·metallicity)을 측정한 결과 일반적인 별보다 3~5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산소, 황 같은 중원소 함량은 행성 형성 환경에 대한 단서가 된다. 해왕성과 천왕성 같은 얼음 행성에는 목성이나 토성 같은 가스 행성보다 무거운 원소가 더 많은데, 행성 형성 초기에 수소·헬륨 같은 기체보다 얼음, 암석 등 무거운 원소를 많이 축적했음을 시사한다.
푸 교수는 이 발견은 행성이 초기에 핵을 형성하고 무거운 원소들이 어떻게 추가되는지에 대한 이해를 넓혀준다며 "이 연구는 행성의 질량과 반지름에 따라 행성 구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하는데 무거운 원소 농도가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많은 외계행성에서 황을 추적하고 높은 수준의 황 화합물이 행성이 중심별에 얼마나 가까이 형성되는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계획이라며 "행성 대기의 구성을 밝혀내면 그에 대한 답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Nature, Guangwei Fu et al., 'Hydrogen sulfide and metal-enriched atmosphere for a Jupiter-mass exoplanet',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760-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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