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넘어 민주 우세 버지니아·뉴햄프셔·미네소타에 '눈독'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내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후보 사퇴 논란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크게 동요하는 틈을 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기존 민주당 텃밭 공략에 나서고 있다.
8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이 고전하는 사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수의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강세주)로 기반 확대를 꾀하는 문을 열고 있다"며 "이는 불과 몇주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세가 뚜렷한 지역은 그대로 둔 채 11월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여겨져 온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조지아, 네바다, 위스콘신 등 6~7개 경합주에서 지지층 확대에 공을 들여 왔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리스크를 그대로 노출한 뒤 민주당 안팎에서 우려가 분출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경합주 뿐 아니라 일부 민주당 우세주까지 넘겨볼 수 있다는 판단에 도달한 셈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루 스테이트' 가운데 뉴햄프셔와 버지니아, 미네소타를 우선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토론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버지니아에서 대규모 유세를 갖고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하며 토론 승리의 여세를 몰아 기반 확대에 나섰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른바 경합주를 넘어 기존 민주당 우세주의 일부까지 확보할 경우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하면서 새로 구축한 이른바 '블루월'은 완전히 붕괴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공화당의 오랜 전략가인 콜린 리드는 "만약에 공화당 지지세가 경합주는 물론이고 일부 민주당 우세주까지 먹어들어 간다면,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이 마지노선인 이른바 '블루월'은 완전히 무너지고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승리에 필요한)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길은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다만 요동치는 판세에도 11월 대선에서 실제 공화당이 기대하는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뉴햄프셔와 버지니아는 현재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재임하고는 있지만, 연방 상원의원은 현재 모조리 민주당 소속이다.
최근 20년 동안 이들 3개 주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가 승리를 거둔 적도 없다. 특히 미네소타의 경우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49개 주에서 승리한 1972년 대선 이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 전례가 아예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돌풍을 일으킨 2016년 대선 당시 미네소타에서 1.5%포인트 차로 아깝게 석패했고,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 대통령에게 7%포인트 차로 크게 졌다.
이른바 '블루월' 지역의 여론 조사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뉴햄프셔의 경우 토론 직후인 지난달 28~29일 세인트 앤셀름대가 유권자 1천7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의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42%)을 2%포인트 앞섰다.
이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6~3%포인트 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쳐 왔다.
미네소타에선 선거분석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538)이 각종 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날 기준 바이든 대통령이 41.7%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0.5%)을 1.2%포인트 앞서고 있다.
버지니아에서는 지난달 1~3일 폭스뉴스 조사 기준 양자 대결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48% 동률의 지지를 기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5~18일 예정된 공화당 밀워키 전당대회에서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될 예정이다.
그는 전대 첫날인 15일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도 발표할 전망이다.
부통령 후보로는 마코 루비오·J.D 밴스 등 두 명의 상원의원이 유력한 가운데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전 주지사 역시 여전히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통령 후보를 곧바로 정하지 않고 막바지까지 저울질하고 있다면서 이들 3명 이외에도 일부 다른 후보들이 거론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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