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정부라더니"…평균 배출량 EU 기준치 2배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기후변화 대응 선도국을 자처하는 독일에서 정작 정부 고위직 4명 중 3명은 온실가스를 기준치 이상 내뿜는 차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독일환경보호(DUH)는 독일 연방정부와 16개 주 정부 총리·장관 등 고위직 관용차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전체 252명 중 74%인 186명이 유럽연합(EU) 기준치인 ㎞당 95g을 초과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평균 배출량은 209g/㎞로 기준치의 배를 넘었다. 이는 지난해 조사 때 199g/㎞보다 늘어난 수치라고 단체는 설명했다.
EU는 역내에서 생산되는 신차의 평균 CO₂ 배출량을 최대 95g/㎞로 제한하고 있다.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차를 아예 판매할 수 없다. 배출량 제한은 규정상 자동차업체에 적용되지만, 운전자에게도 일종의 목표치로 인식된다.
주 총리 16명 가운데 순수 전기차를 타는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환경부 장관의 경우 17명 중 13명이 전기차를 이용했다. 연방정부 장관은 조사 대상 9명 중 7명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DUH는 "자칭 기후정부가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며 "많은 정치인이 고출력 휘발유 차량을 모는 점을 감안하면 독일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대신 여전히 크고 비싼 내연기관차에 기대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녹색당이 포함된 독일 연립정부는 2021년 출범 당시 신재생에너지 비중과 순수 전기차 등록 대수의 단계별 목표치를 크게 늘리며 기후 중립을 앞당긴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독일은 기후 보호법에 따라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65%, 2040년까지 88% 줄여야 한다. 그러나 교통 부문이 해마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문제가 됐다.
연방정부는 지난 4월 부문별로 목표에 미달한 경우 추가감축 계획을 제시하도록 한 기후 보호법을 개정해 전 분야 감축량을 통합해 관리하기로 했다. 당시 친기업 성향인 자유민주당(FDP) 소속 폴커 비싱 교통장관은 이대로라면 주말 차량 운행을 금지할 수도 있다며 법 개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독일 정부는 또 현재 49유로(약 7만3천원)인 대중교통 무제한 이용권 '도이칠란트 티켓' 가격을 내년부터 인상하기로 했다. 연방·주 교통장관들은 8일 회의에서 현재 가격 체계가 지속 불가능하다고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
독일은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5월 도이칠란트 티켓을 도입했다. 연방과 주 정부가 각각 15억유로(약 2조2천억원)씩 분담하지만, 실제 운영에는 10억유로(약 1조5천억원) 이상이 더 들어 해결책을 논의해왔다.
철도 승객 단체 '프로반'의 데틀레프 노이스 대표는 일간 라이니셰포스트에 "환경에 해로운 부문에 수십억 유로를 보조금으로 주면서 15억유로에 투덜대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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