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선 참패 보수당, 당권 물밑경쟁 속 임시 예비내각

입력 2024-07-09 20:05  

英총선 참패 보수당, 당권 물밑경쟁 속 임시 예비내각
경선 일정 아직…수낵 저격수부터 측근까지 물밑경쟁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총선 참패로 정권을 내주고 야당이 된 보수당이 당권을 둘러싼 물밑 경쟁 속에 임시 예비내각을 꾸렸다.
리시 수낵 전 총리는 총선 이튿날인 지난 5일(현지시간) 총리 사임을 발표하면서 보수당 대표 자리에서는 후임 선출 절차가 진행되는 대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9일 영국 언론에 따르면 아직 당 대표 경선 일정이 잡히지 않았고 공식 출마를 선언한 인사도 없으나 수낵 정부에서 각료를 지낸 여러 명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마평에 오른 인물로는 수엘라 브레이버먼 전 내무장관, 로버트 젠릭 전 내무부 이민담당 부장관, 빅토리아 앳킨스 전 보건장관, 케미 베이드녹 전 산업장관, 토머스 투건하트 전 내무부 안보담당 부장관, 제임스 클레벌리 전 내무장관, 프리티 파텔 전 내무장관 등이다.
수낵과 이민 정책을 놓고 마찰을 빚다가 사임한 후 '수낵 저격수'를 자처한 당내 강경파 브레이버먼 전 장관은 보수 표심을 겨냥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연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미국에서 열린 보수파 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브렉시트 자유를 활용해 불법 이민을 막겠다고 했고 감세한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못 했다며 "우리는 진보로 통치하다가 진보로 패배했다"고 주장했다.
베이드녹 전 장관은 2022년 보리스 존슨 사임 후 당 대표 경선에서 4위를했고, 당내 우파로 분류된다. 베팅 사이트에서는 차기 당 대표 확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총선 기간 당권 도전에 대한 질문에는 "선거 후에 얘기하자"고 했다.
수낵 정부의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사임했던 젠릭 전 부장관의 이름도 거론된다.
젠릭 전 부장관은 지난 7일 BBC에 출연해 이민부터 경제성장, 국민보건서비스(NHS)까지 개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을 보수당 총선 패배 원인으로 꼽았으며, 당 경선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수낵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앳킨스 전 장관 역시 아직 당 대표직 문제를 거론할 때는 아니라면서도 "보수당엔 기회가 있다. 교훈을 받아들이고 행동하면 당을 재건할 수 있다. 우린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보수당이 이번 총선에서 극우 영국개혁당에 표를 상당 부분 빼앗긴 만큼 개혁당의 도전에 어떤 입장인지가 당 경선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낵 전 총리는 8일 오후 보수당 임시 예비내각을 발표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양당 체제가 자리 잡은 영국에서 제1야당은 '국왕의 공식 야당'(His Majesty's Official Opposition)이라는 명칭을 받으며 당 대표를 비롯한 예비내각이 정부 정책을 직접 비판하고 대안 정책을 제시하는 책무를 진다.
전직 총리로 수낵 내각에 깜짝 복귀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외무장관은 하원 의원이 아닌 만큼 임시 예비내각에 들어가지 않고, 앤드루 미첼 전 부장관이 그 자리를 채운다.
제러미 헌트는 임시 예비내각 재무장관으로 남는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낙선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으나 당 대표 경선 출마는 배제했다.
그랜트 섑스와 앨릭스 초크의 낙선으로 예비내각 국방장관은 제임스 카틀리지 전 부장관이, 예비내각 법무장관은 에드 아거 전 부장관이 맡는다.
마이클 고브 전 장관의 총선 불출마에 따라 베이드녹 전 산업장관이 예비내각 균형발전·주택 장관을 맡고, 예비내각 산업 장관은 케빈 홀린레이크 전 부장관이 맡는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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