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년 전 성과 냈지만 상용화는 아직…"의료규제 통과 어려움"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송진원 특파원 = "피를 보지 않고도 혈당을 잴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갔다면 꼭 쓰고 싶다."
삼성전자[005930]가 프랑스 파리에서 공개한 첫 스마트 반지 갤럭시 링에 대해 많은 소비자가 '비침습적 혈당 측정' 기능 탑재 여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웨어러블 시계 갤럭시 워치7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비침습적이란 손가락 등 피부를 찔러 피를 내지 않고도 레이저 투사 등을 통해 혈당을 잴 수 있는 방법을 일컫는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번에 공개된 삼성전자 웨어러블 기기에 비침습적 혈당 측정 기능은 들어가지 않았다.
11일(현지 시각) 갤럭시 신제품 언팩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혈당 관련 질환을 가진 소비자와 시장의 관심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의료 규제 통과 여부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혈당은 정확성 등에 있어서 의료 쪽에 가까운 데이터로서 굉장히 정확한 수치를 만들고 각종 규제에 부합해야 한다"며 "혈당은 수치가 빠르게 바뀌는 부분도 있고 이런 점을 현재의 광학식 센서를 통해 비침습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20년 당뇨병 치료의 해묵은 난제로 꼽혀온 비침습적 혈당 측정 기술을 상용화하는 연구에는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진은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새로운 혈당 측정법에 대해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공동 연구한 결과를 논문으로 게재했는데 피를 뽑지 않고도 레이저 빛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라만 분광법'을 적용했다.
라만 분광법은 레이저가 물질에 조사(照射)돼 산란할 때 물질 분자의 고유 진동에 의해 빛의 파장이 변하는 현상을 이용, 물질을 식별하는 측정 방식이다. 이를 상용화해 비침습적 방법으로 혈당을 잴 수 있으면 환자의 고통을 덜어줌은 물론 혈당 측정의 지속성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이 기술을 갤럭시 링, 워치 등 기기에 탑재하고 각국의 까다로운 의료 규제를 통과하는 데는 아직 현실적인 장벽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노 사장은 "완성도와 정확성 측면에서 시간이 더 필요하며 단기적으로 될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갤럭시 링2, 워치8 등 후속 제품에 비침습적 혈당 측정 기술이 도입될지도 불명확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갤럭시 링 판매량에 대해 "링 타입의 웨어러블 기기는 이제 막 시작되는 비즈니스 카테고리로서 판매량을 속단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면서 주요국을 중심으로 한 1차 출시 결과를 보고 판매 국가 확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갤럭시 링이 49만원대로 30만원대인 워치7보다 고가에 책정된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는 링에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센서, 배터리 등 고급 사양 부품이 다수 탑재되고 이들 부품을 초소형 크기에서 구현하는 데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점 등을 들었다.
노 사장은 "링이라는 폼팩터를 가지고 소비자가 원하는 내구성, 측정 정확도를 구현하기 위해선 스마트폰, 워치를 만드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초고집적 설계, 반도체 패키징에 가까운 패키징 기술 필요했다"고 가격 책정 배경을 설명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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