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수박 등 집중호우 피해…농식품부, 물가 영향 주시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지난 7일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중호우로 축구장 1만3천개 넓이의 농작물이 물에 잠겼다.
정부는 이번 호우가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농작물 침수 면적이 전날 오후 6시 기준 9천522㏊(헥타르·1㏊는 1만㎡)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축구장(0.714㏊) 1만3천개가 넘는 면적이다.
농작물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충남으로 7천86㏊가 침수됐다. 충남 다음으로는 경북(1천318㏊), 전북(1천82㏊) 순이다.
농작물 품목별로 보면 벼가 7천456㏊로 대부분이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벼는 아직 이삭도 안 나왔고 물만 잘 빠지면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콩은 486㏊, 고추는 309㏊가 각각 침수됐다. 수박(116㏊), 포도(99㏊), 멜론(86㏊), 참외(74㏊) 등 과일·과채류도 침수 피해를 봤다. 방울토마토(40㏊), 상추(38㏊), 오이(23㏊) 등도 피해가 있었다.
지난달만 해도 시설채소, 배추 등 채소류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달 들어 장마철이 되면서 배추, 상추, 시금치, 오이 등 일부 품목 가격이 상승세인 상황에서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해 농작물 물가가 더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금치 소매가격은 100g에 1천338원으로 전달(770원)보다 74% 올랐다. 이는 전년(1천417원)보다 낮지만, 평년(1천91원)보다 23% 높은 수준이다.
상추 소매가격은 100g에 1천227원으로 전달(891원)보다 38% 상승했다. 다만 전년(1천808원)이나 평년(1천419원)보다는 낮다.
농식품부는 장마, 폭염 등 기상 상황에 따른 수급 불안정 위험을 주시하고 있다.
농식품부 다른 관계자는 "고추는 전체 재배면적 2만7천㏊의 0.8% 수준이라 수급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품목도 이번 침수 피해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은 이날 열린 농식품 수급·생육 상황 점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집중호우로 채소류를 중심으로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채소류는 기온과 일조량에 따라 생산량 변동이 큰 특징이 있으므로 앞으로 장마 기간 생육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에 취약한 배추·무 등 노지채소는 가격이 상승세인 만큼 정부 가용물량(배추 2만3천t·무 5천t)을 시장에 공급하는 한편 비상 상황 발생 시 배추 예비묘 200만주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비축한 배추와 무를 지난주부터 시중에 방출하기 시작했다.
박 차관은 축산물 수급에 대해서는 "복날 등 계절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이나 닭고기 공급이 원활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고 있지만 돼지고기 공급량은 전년보다 증가하는 등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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