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정책 전환 '깜빡이'…하반기 글로벌 금리인하 기대 고조

입력 2024-07-11 17:37  

한미 통화정책 전환 '깜빡이'…하반기 글로벌 금리인하 기대 고조
美파월 비둘기파 발언에 9월 인하 전망…한은도 "방향전환 준비" 보조
한은 '비둘기파적 동결'…'8월 vs 10월' 인하시기 전망 엇갈려
이미 인하 나선 유럽·남미 추가 조치 가능성…美·亞 증시 강세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전 세계 고금리 현상을 이끌었던 미국이 오는 9월께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11일(이하 현지시간) '방향 전환(피벗)' 검토를 거론하며 보조를 맞췄다.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유럽·남미 지역 중앙은행들이 이미 기준금리를 내린 가운데, 하반기 들어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각국의 통화정책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미국의 정책 결정을 주시하면서 8월 혹은 10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파월 의장 "인플레 2%까지 안 기다릴 수도"…9월 인하 전망 70%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10일 의회 발언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 명확한 신호를 주지 않으면서 시중 금리가 잠잠한 모습이지만,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피벗)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월 의장은 전날 금리 인하 일정에 대해 "미래 조치의 시기에 관한 어떠한 신호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이날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로 낮아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또 금리 인하에 필요한 장애물이 없어졌는지 묻는 말에 "그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이 있다"고 답했고, 시장은 이러한 발언을 어느 정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신호로 받아들였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며, 이는 금리 인하를 위한 기반 다지기 작업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최근의 미 경제 지표도 금리 인하에 유리한 방향으로 나오고 있다.
미국의 6월 실업률은 4.1%를 기록, 5월(4.0%)보다 올라간 것은 물론 2021년 11월(4.1%)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고를 찍었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5월 2.6%로 둔화한 가운데, 11일 발표될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1%로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이러한 관측에 따라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9월 기준금리가 현재의 5.25∼5.50%보다 낮을 가능성을 73.3%가량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한 달 전의 52.8%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12월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5%포인트 이상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73.2%다. 시장은 이르면 9월부터 연내에 0.25% 포인트씩 두차례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이날 미 국채 금리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02% 오르며 처음으로 5,600선을 돌파하는 등 미 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1%대 상승을 기록했다.

◇ 한은 총재 "차선 바꾸고 방향 전환할 준비"…'비둘기파적 동결' 평가
한은은 11일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방향 전환'에 대해 언급했다.
한은은 금통위 의결문에서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은이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거의 3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금리 인하 검토를 언급한 것이다.
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5월에는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금리 인하 준비를 위해 차선을 바꿀지 말지 고민하는 상태였다"면서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8월 당시 "한은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연준으로부터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 바 있는데, 연준의 정책 전환 전망이 커지면서 한은이 금리 인하에 대해 언급하는 데 있어 부담도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로 내려간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정에 대해 '비둘기파적 금리 동결'로 평가하면서 한은이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통신은 한은이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선택지들을 계속 열어놓고 있다면서 시장에서는 8월이나 10월 인하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권효성 이코노미스트는 특별한 요인이 없다면 한은이 8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봤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부채 구조조정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인하는 이를수록 좋다며 8월 인하설에 힘을 실었다.
반면 가계 부채 증가세나 집값 상승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서 "금융시장 안정이 한은의 주요 고려사항이며 섣부른 인하는 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면서 10월 인하를 전망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장 대비 0.81% 오른 2,891.35로 고점을 높여갔고,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5.9원 내린 1,378.8원을 기록했다.

◇ 유럽·남미는 이미 금리 인하 시작…ECB는 지난달 내려
미국이 연초 예상과 달리 '고금리 장기화'를 이어가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유럽과 남미 각국은 이미 금리 인하에 돌입한 상태다.
ECB는 지난달 6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 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2년 7월 이후 1년 11개월 만에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었다.
최근 공개된 당시 ECB 통화정책이사회 의사록 요약본에 따르면 물가와 임금 상승 우려로 일부 위원들이 인하에 의문을 표시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연준의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ECB의 향후 정책 결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라가르드 총재가 4일 인터뷰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돌아가고 있다는 추가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내 1∼2회 추가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ECB 외에 스위스중앙은행(SNB)은 3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깜짝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 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내렸고, 스웨덴은 5월에 기준금리를 3.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영국이 다음 달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시장 전망이 나온다.
유럽 밖에서는 캐나다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4.75%로 0.25%포인트 낮추면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앞서갔다.
브라질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7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 기준금리를 13.75%에서 10.50%로 낮춘 상태다.


◇ 미 금리인하 '훈풍'에 亞증시 강세…닛케이 사흘 연속 신고가
금리인하 기대감에 미 증시가 기술주 주도로 1%대 상승한 데 힘입어 아시아 증시도 강세를 보였다.
미국발 훈풍이 이어지며 11일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처음으로 42,000선을 돌파했다.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0.94% 오른 42,224.02로 거래를 마치며 사흘 연속으로 새로운 기록을 썼다.
중국 본토 증시에선 오후 3시 51분 현재 상하이종합지수가 2,968.39, 선전종합지수가 1,618.59로 전날보다 각각 0.99%와 2.28% 올랐다.
홍콩 항셍지수는 17,825.06으로 2.02% 뛰었다.
한국 증시에서 코스피도 0.81% 오른 2,891.35로 거래를 마쳤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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