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만병통치약은 아냐…정책 패키지 일부로 활용해야"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박원희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기록적인 저출산 극복을 위해 가족정책을 포함한 광범위한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재정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부가가치세율의 인상을 제안했다.
빈센트 코엔 OECD 경제검토국 국가분석실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 한국경제보고서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기록적인 저출산을 반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품시장과 노동시장의 광범위한 구조개혁, 현재 진행 중인 가족정책 개혁의 완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현금 지원 정책의 효과성을 묻는 말에는 "한국은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대가가 커서 상당히 큰 현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현금 지급 자체가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며 "종합적인 출산율 정책 패키지의 일부로 활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OED 측은 소득 격차가 빚은 노동시장 이중성을 지적하며 한국 사회를 향한 쓴소리도 꺼냈다.
코엔 실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탓에 스펙 쌓기 경쟁이 이뤄지고 있고 소위 말하는 골든 티켓을 추구하면서 사교육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젊은이들은 좋은 일자리와 교육 기회가 있는 서울로 몰려들지만 집값이 비싸서 가정을 꾸리는 데 더 많은 돈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감세 정책이 재정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으로 새로운 세수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대안 중 하나가 부가가치세 인상"이라며 "현재 한국의 부가가치세율이 10%인데 OECD 평균의 절반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욘 파렐리우센 한국·스웨덴 데스크 한국경제담당관은 "급속한 고령화 추세로 세금 인상이나 재정지출 감축만으로는 재정수지 균형을 달성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라며 "구조적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참여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배출권거래제·탄소세 등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공공 재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재원 대책으로 언급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사회이동성 개선 등 역동경제 로드맵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욘 담당관은 "정책 방향성은 OECD와 일치한다"라며 "실제 행동으로 옮기려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이해관계자와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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