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실비오 베를루스코니'로 변경
반대 청원에 12만명 이상 서명…"바나나 공화국으로 전락"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밀라노의 말펜사 국제공항이 지난해 6월 별세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이름을 따서 공식 개명됐다.
11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인프라 교통부는 이날 성명에서 "밀라노 말펜사 공항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기리기 위해 '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 -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로 변경됐으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이번 조치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날 아말피 공항 개장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탈리아인이자 롬바르디아인으로서 나는 베를루스코니 공항에 당장 착륙하고 싶다"며 "위대한 이탈리아인을 기릴 수 있어서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개명 절차는 완료됐지만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제1야당 민주당(PD)은 공공장소에 이름을 붙이려면 사후 10년이 지나야 한다는 법 조항을 근거로 인프라 교통부가 예외를 인정한 법적 근거를 밝히라고 추궁했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은 항공청(ENAC)이 우파 정부의 압력에 굴복해 말펜사 국제공항 운영사인 SEA와 협의도 없이 개명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탈리아에는 더 이상 제도에 대한 예의와 공공기관의 독립성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SEA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절차가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절차적인 문제를 떠나 전 세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정치인 중 한 명이었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이름을 따서 공항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반대 의견이 빗발쳤다.
지난 5일 ENAC가 개명을 승인한 이후 온라인 반대 청원 운동에 12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베를루스코니의 악명 높은 '붕가붕가 섹스 파티'를 언급하며 반대 의견을 게시하는 글이 잇따랐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전후 최장수 총리를 지내는 등 이탈리아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건 맞지만 집권 기간 내내 온갖 성 추문과 비리, 마피아 유착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매력적이고 자수성가한 사업가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무수한 스캔들로 이탈리아의 국격을 떨어뜨린 장본인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크다.
제2야당인 오성운동(M5S)은 "(이탈리아는) 세무 당국을 속이고 유죄 판결을 받으면 사후에, 공항에 이름까지 지어주는 공화국"이라며 "이탈리아가 바나나 공화국(비민주적 후진국가)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밀라노의 말펜사 국제공항은 로마의 피우미치노 국제공항과 더불어 이탈리아의 양대 관문으로 꼽힌다. 이 공항은 이탈리아의 경제 중심지이자 롬바르디아주의 주도인 밀라노에서 약 50㎞ 떨어져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밀라노 출생으로 지난해 6월 8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언론사를 소유한 재벌 출신 정치인으로 1994년부터 2011년 사이 세 차례(2005년 이뤄진 개각을 포함하면 네 차례)에 걸쳐 9년 2개월간 총리를 지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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