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민진당 정부, '장제스 지우기' 나서며 동상 철거도 추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대만이 '장제스 지우기'에 나선 가운데 타이베이 한복판 중정기념당에서 의장대를 철수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대만 문화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중정기념당 홀 안에서 의식을 담당했던 의장대를 오는 15일부터 그 앞 광장으로 옮겨 배치한다고 밝혔다.
문화부는 그러면서 "개인숭배 철폐와 권위주의 숭배 종식을 현 단계에서 중정기념당의 '과도기 정의'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타이베이 도심 한가운데 있는 중정기념당은 과거 오랫동안 대만을 통치한 장제스 전 총통을 기념하는 시설로 타이베이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장제스의 본명인 '중정' 이름이 붙은 기념당은 그의 사후인 1980년 문을 열었다.
장제스 전 총통은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 인민해방군에 패해 1949년 대만으로 건너온 뒤 1975년까지 대만을 통치했으며 그의 아들인 장징궈 전 총통은 부친의 뒤를 이어 1978년부터 1988년까지 집권했다.
장 전 총통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 한편 대만 원주민 학살의 원흉으로 지탄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국공내전 패배로 대만으로 패퇴하기 이전인 1947년 2월 28일부터 시작된 대만 원주민들의 이른바 '2.28 시위'에 국민당 군대를 파견해 무려 2만여명을 학살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 현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 정부의 판단이다.
2016년 집권한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018년 출범한 '과도기 사법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장 전 총통이 반대자 학살은 물론 인권 탄압을 자행했다고 결론 내리고 그의 동상 934개를 철거키로 결정한 바 있다.
일각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했던 동상 철거 작업은 현 라이칭더 정부에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그에 앞서 2006년에는 대만 주요 국제공항의 명칭이 장제스국제공항에서 타오위안국제공항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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